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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중대한 비위"라더니···'尹 정직 2개월' 의문의 1패,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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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은 채 출근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눈 감은 채 출근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오후 6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전격 발표한데 비해서 물러선 결과다. 이에 검찰 안팎에서는 “정당성이 없는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딜레마 때문”, “해임 시 몰아닥칠 후폭풍을 정치적으로 계산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①‘용두사미’결론…왜?  

예상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 결정으로 인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책임론은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달 24일 오후 6시 5분쯤 예정에 없던 긴급브리핑을 열고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채널A 사건 등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등 6가지 비위 혐의를 확인했다고 했다.

징계위는 이 가운데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네가지를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원회가 열린 15일 오후 과천정부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우상조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원회가 열린 15일 오후 과천정부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우상조 기자

그러나 징계 사유들이 추 장관의 말처럼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인 데 비해서는 ‘정직 2개월’이 약한 처분이라는 평가가 대다수다. 이에 ‘위법‧부당하다’는 검찰 안팎의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전국 59개 지검과 지청의 검사들이 ‘위법‧부당하다’는 뜻을 모은데 이어, 외부 위원들이 모인 감찰위에서도 만장일치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행정법원 역시 윤 총장의 손을 들었다. 이러한 내홍 끝에 징계 결정은 두 차례 미뤄져 지난 10일 첫 심의가 열렸다.

이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예측 중에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라며 “장관님 입장에서 정치적 부담이 생긴 건 맞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총장 정직 2개월, 비겁하고 무능한데 배짱도 없다”며 “도대체 이렇게 망쳐놓은 걸 어떻게 복구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도 “해임은 고사하고 정직 3개월도 못하고 고작 2개월이냐”며 “국민 여론과 법원이 무섭긴 했구나. 추미애 의문의 1패”라고 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쳐다보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쳐다보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급 ‘정직’ 선회 與…왜?

윤 총장 해임 시 몰아닥칠 정치적 후폭풍을 계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 됐을 것이란 취지에서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의 기류도 최근 반전됐다. 윤 총장의 사임과 해임을 촉구하다가 ‘정직설’로 무게중심이 갑자기 옮겨간 것이다. 5선인 설훈 의원은 지난 15일 윤 총장 징계 수위를 묻는 질문에 “해임을 안 하고 정직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월 “윤 총장이 내목을 쳐주시오, 요청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힌 것에 비해서는 수위가 다소 낮아진 셈이다.

이낙연 대표도 윤 총장 직무배제 당일 “공직자답게 거취를 결정하길 권고한다”고 사직을 촉구했던 것과 달리, 막상 정직 2개월이 내려지자 “징계위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현장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오종택 기자

현장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오종택 기자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공수처 출범을 코앞에 두고 여권이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윤 총장이 정직 처분을 받으면 직(職)은 유지하지만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또 정직 기간엔 공무원 신분이어서 정치 활동을 할 수도 없다. 수사 지휘나 정치 활동을 모두 차단하는 효과가 있지만 ‘직’은 유지하고 해임에 따른 정치적·법적 반대 기류도 잠재우는 수인 셈이다.

대신 윤 총장과 윤 총장이 지휘해온 살아있는 권력을 겨눈 수사(월성 원전 등)들에 대해서는 곧 출범할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영역으로 남겨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징계위 발표날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수단으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도 “윤석열 부부는 공수처 1호”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를 놓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공수처 출범 때까지 총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얕은 수”라고 평가했다. 검사 출신인 김진태 전 국회의원도 “수사는 올스톱되고 연초에 대규모 검사인사를 단행해 수사팀을 공중분해한다. 그러는 동안 공수처를 출범시켜 저 사건들을 가져가 뭉갤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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