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尹 징계위, 정직 2개월 결론에도 끊이지 않은 절차 정당성 논란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가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정직 2개월)를 했다. 그간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조해 온 징계위지만, 심의 시작부터 결론이 내려지기까지의 과정에 비춰봤을 때 법조계 안팎에서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 보장 부여는 모양새만 갖춘 것이라는 취지다.

변호인들 휴대전화 수거하려 한 징계위

지난 10일과 15일 두 차례 심의를 진행한 징계위는 공정한 절차 진행 방침을 외부에 밝혀왔다. 위원장 직무대리인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시종일관 공정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징계위는 위원 구성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 측의 문제 제기 및 공정성 우려로 제기된 위원 기피 신청 등은 그 자리에서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 4명으로 구성된 ‘반쪽’짜리 징계위가 검찰총장 징계라는 중대 결정을 내렸다. 더군다나 징계위원 면면은 친여 및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근 등 편향된 구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심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윤 총장 측의 주장을 듣는 것에만 의미를 두고, 심도 있게 고려한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5명의 증인 심문 과정에서도 징계위가 증언 내용보다도 ‘심문을 진행했다’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같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제출된 방대한 증거자료에 대한 검토 또한 실효적으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오히려 절차상 문제점이 될 상황도 빚어졌다. 징계위는 전날 심의 시작 전 윤 총장 측 특별변호인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가려고 했다. 징계위 측은 심의사항 공개가 의심된다는 이유를 들며 바구니에 휴대전화를 담으라고 했다고 한다. 윤 총장 측의 거센 반발로, 수거 시도는 무산됐다. 검찰 일각에서는 “그렇게 공정을 얘기하더니 이게 공정한 절차인가”라고 비판했다.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가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가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상 정해진 최후진술권, 허울뿐이었나

윤 총장 측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낸 진술서나 증인 심문에서 다뤄진 내용 등을 검토한 뒤 최종진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징계위는 애초 16일 오후 속행을 제시했다가 협의를 거친 뒤 절차 종결을 선언했고, 이에 반발하는 윤 총장 측에 ‘1시간’을 줄 테니 준비하라고 했다.

검사징계법 16조는 징계위 위원장이 출석한 징계혐의자와 선임된 특별변호인에게 최종 의견을 부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 측은) 최종진술 기회 부여했는데 변호인이 거절했으니 끝내겠다는 것”이라며 “법상 최종의견 진술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심 국장이 낸 진술서에 대해서도 형사소송법상의 심문·탄핵 권리는 보장되지 않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으로 규정된 권리가 있는데도 허울뿐인 절차 진행으로 최종 진술을 무산시킨 것은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시간 부여했다고 진술 기회를 보장해줬다는 것은 1950년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이석웅(왼쪽)·이완규 변호사가 지난 15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후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이석웅(왼쪽)·이완규 변호사가 지난 15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후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文 발언 신경 쓰며 정해진 결론도 강행”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윤 총장 징계와 관련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거듭 강조한 것이 징계위의 ‘공정’ 기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검찰 내부 다수의 의견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의 윤 총장 정직 가능성 거론 등이 이어졌고, 징계위가 정해진 결론을 밀어붙이기 위해 구색만 갖추려 한 것 아니냐는 게 일각의 추측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대통령이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니 모양새를 갖춰 신경은 써야 되겠고, 중징계 결론과 시기도 정해져 있으니 징계위로선 밀어붙이려 한 것 아니겠는가”라며 “이에 급급하다 보니 절차상 문제가 계속해서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