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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영화관·카페등 폐쇄

중앙일보

입력

전세계의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감염자가 5천명을 넘어선 가운데 각국이 사스와의 총력전에 나섰다. 뒤늦게 심각성을 시인한 중국은 물론이고, 최근 사스 감염 및 의심 환자가 2백50여명으로 급증한 대만도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한국 정부는 사스 의심 환자에 대한 검사를 미국에 의뢰했다.

중국 정부는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감염.의심 환자가 2천명을 넘어섬에 따라 지난 26일부터 영화관.인터넷 카페.기원(棋院) 등 모든 문화.오락시설을 임시 폐쇄토록 지시했다.

대학들이 몰려 있는 하이뎬(海淀)구 중관춘(中關村)의 일부 지역.기관과 위생상태가 나쁜 음식점.술집 등도 문을 닫도록 했다.

베이징시 정부는 시내 전역에 대해 소독을 실시하는 한편 사스와 관련한 격리 실태의 공개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국 지도부는 위생부.지방정부와 각급 기관으로 나누어진 사스 방역 체계를 일원화한다는 방침 아래 우이(吳儀)부총리에게 위생부장을 겸임토록 하고, 사스 확산에 소극 대처한 관료.기관장들을 잇따라 문책하고 있다.

광시(廣西)성에선 79명의 학생이 고열 증세를 보였음에도 늑장 보고를 한 교장이 해임됐고, 하이난(海南).산시(陝西)의 몇몇 관료들도 정직.해임 조치를 당했다.

상하이(上海)에선 지난 22일부터 상하이를 오가는 열차에 대해 소독 활동을 강화하고, 전문 의료진을 배치해 사스 의심 환자가 생기면 현장에서 긴급 격리 조치에 나서고 있다.

시 정부는 또 사스 위험 지역인 베이징.광저우(廣州)에서 오는 열차 여객과 푸둥(浦東).훙차오(虹橋)공항의 항공 승객에 대해 ▶건강 신고서 제출 ▶체온 측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푸젠(福建)성 샤먼(夏門)에선 홍콩의 사스 집단 발생 지역인 아모이 가든 아파트에 이 지역 주민 66명이 머물렀던 사실이 드러나 뒤늦게 이들의 감염 여부를 추적 중이다.

홍콩에선 공항.항만과 육로에 있는 10여 곳의 검문소에서 모든 입.출국자에 대해 체온 측정을 하는 가운데 27일 감염자 수가 지난달 하순 이후 가장 적은 16명에 그쳤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사스 감염자가 1천5백명을 넘어섬에 따라 '사스 병원'의 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사스 사태에서 비껴섰던 대만은 사스 감염 의심환자가 2백50여명으로 늘어나고 50대 후반의 남성이 처음으로 숨져 "방역 활동에 구멍이 뚫리지 않았느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집단 격리 조치에 들어간 타이베이(臺北) 허핑(和平)의원에선 가족들에게 2차 감염이 될 것을 두려워한 40대 후반의 우울증 환자가 자살했다. 이 병원에선 최근 39명의 사스 감염자가 발생했다.

일부 의료진과 주민들이 사스 감염을 우려해 격리조치를 무시하는 바람에 중환자 치료.방역 활동에도 타격을 받고 있다. 대만 정부는 이날 중국.홍콩.싱가포르.베트남.캐나다 토론토 등에서 입국한 모든 사람을 10일간 정부가 지정하는 곳에서 격리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싱가포르는 사스 감염자 1백92명, 사망자 21명으로 중국.홍콩에 이어 셋째가는 피해 지역이 됐다. 리콴유(李光耀)전 총리의 부인(柯玉芝 여사)은 지난 3일 사스에 걸린 의료진의 진찰을 받은 것을 알고 한때 스스로 격리조치를 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사스 감염.의심환자가 격리조치를 어길 경우 최고 6개월의 징역형 또는 6백8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李전총리는 "앞으로 3~4개월이 사스 사태의 관건"이라며 "중국이 사스와의 전쟁에 이기지 못할 경우 심각하고도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현재 전세계 감염자 수는 5천2백18명에 이르렀고, 3백17명이 숨졌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 전문가인 마크 살터 박사는 "사스 백신은 수개월 안에 개발되겠지만 이를 실용화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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