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BS PD 취재거부 옳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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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KBS PD협회가 8일 8백여 PD의 이름으로 조선.동아일보에 대한 취재 거부를 결의했다. '송두율 미화' 등 KBS에 대한 색깔론 시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PD협회는 회사 측에 두 신문의 구독금지와 두 신문사 기자의 출입금지를 요구했다. KBS는 아직까지 두 신문사에 대해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나 현재 PD들의 요구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어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결론적으로 말해 우리는 KBS가 두 신문 기자의 출입금지 같은 극한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국가 기간 공영방송으로 두 개의 지상파 채널과 일곱 개의 라디오 채널을 갖고 있는 가장 거대한 언론기관인 만큼 언론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9일 'KBS PD협회가 취재 거부를 선언하고 나선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도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 만큼 KBS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다.

KBS PD들의 주장대로 '조선.동아가 시대착오적인 매카시즘 공작을 하고 있는 것'인지, 동아일보의 주장대로 'KBS에 대한 어떤 비판도 불허하겠다는 오만한 결정'인지는 독자 또는 시청자가 판단할 몫이다. 다만 누구보다 객관적 보도와 진실 추구를 최우선시하는 프로그램 제작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언론사 종사자들인 만큼 공정성과 실체 규명에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사건이 일부 신문과 방송 간의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언론사 간에 감정적 대응이 이어진다면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알 권리를 스스로 훼손하는 셈이 된다. 자사 이기주의에 맞춰 행사된 알 권리는 진정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차단할 뿐 아니라 언론계 전체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부메랑이 돼 결국 우리 모두의 심장을 찌르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알 권리의 주인은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