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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최초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음반 "모래사장서 금 찾듯 연주"

중앙일보

입력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10곡)을 녹음한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오른쪽)과 피아니스트 이진상. [사진 프레스토아트]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10곡)을 녹음한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오른쪽)과 피아니스트 이진상. [사진 프레스토아트]

아이작 스턴, 핑커스 주커만,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베토벤 소나타 10곡 전곡 녹음을 남긴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들이다. 국내에서도 최초의 음반이 나왔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44)과 피아니스트 이진상(39)이 이달 발매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음반은 한국 최초의 전곡 녹음 앨범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피아니스트 이진상

“국내 최초가 될 줄은 모르고 녹음했다.” 백주영은 15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래 전부터 전곡 연주를 하고 싶었는데 피아니스트를 찾느라 시간이 흘렀다”며 “7월 말부터 코로나19를 피해가며 네 번에 걸쳐 전곡을 녹음했다"고 했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는 9번 ‘크로이처’의 난해함, 5번 ‘봄’의 유려함으로 유명하지만 고전적인 1번, 역동적인 3번, 낭만적 성격이 있는 4번 등 색채가 다양하다. 변화가 많고 기술적으로도 어려운만큼 전곡 연주나 녹음이 드물다. 백주영과 이진상은 이 작품들로 공연도 계획했지만 코로나19로 내년으로 연기했다.

국내 최초의 전곡 연주에서 두 연주자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백주영은 “새로운 곡들을 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자주 연주하지 않았던 10번 소나타를 재발견했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4번 소나타를 좋아하게 됐다.” 피아니스트 이진상은 “이렇게 한 장르의 작품을 모두 연주하면 작곡가의 일대기를 볼 수 있다. 베토벤이 이 작품들을 작곡한 시기에 만든 다른 음악들을 찾아서 공통점을 발견했을 때, 모래사장에서 금가루를 찾은 것처럼 기뻤다”고 말했다.

백주영은 1990년대부터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곡 총 12곡 전곡을 하루에 완주하면서 집중력과 체력의 연주자로 각인됐다. 이진상은 베토벤에 특별한 애정을 보여온 피아니스트다.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와 함께 트리오를 만들어 ‘베토벤 트리오 본’이라는 이름을 붙여 활동하기도 했다. 둘은 서로의 연주에 대대해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이진상은 “베토벤, 바이올린, 백주영이라는 ‘세 비읍(ㅂ)’이 모두 믿을 만해 당연히 프로젝트를 해야했다”고 했고 백주영은 “이진상의 여러 연주를 봤는데 베토벤 소나타 완주에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봄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정한 두 연주자는 7~10월 네 차례에 걸쳐 10일동안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녹음을 했다. 특히 이번 음반은 3D 기법으로 녹음됐다. 음반에 참여한 최진 음향감독은 “이전의 스테레오(stereo)가 양 옆, 서라운드(surround) 가 영화관과 같은 앞 뒤에서 들리는 음향이라면 3D는 천장 쪽에 한 겹의 소리가 더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연주 실수까지 잡아내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있는 방법인데 두 연주자 모두 워낙 실수가 없고 잘해서 그런 고해상도 녹음에 적합했다”고 했다.

두 연주자는 전곡 녹음 작업을 코로나19 시대에 하게 된 데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베토벤의 삶은 역경과 혼란 속에서 빛을 발했다. 옛 지휘자 세르주 첼리비다케가 베를린 필하모닉을 제2차 세계대전 후 폐허 배경에서 지휘한 영상이 떠올랐다. 고난의 시기이지만 무엇이든 우리가 했던 게 나중에 꽃을 피우리라 믿는다.”(이진상) “올해 음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곧 관객과 화학적 반응을 다시 느끼리라 기대한다.”(백주영)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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