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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두고 기숙사 사는 스가, 그뒤엔 '단명 총리' 저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현재 총리의 거주 공간인 공저(公邸)가 아닌 중의원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매일 아침 차로 약 3분 거리의 기숙사를 출발해 업무공간인 관저(官邸)에 도착한다. 지난 9월 16일 총리직에 취임한 뒤 91일째인 15일도 스가의 일상은 변함이 없다. 스가는 왜 공저에 들어가지 않는 걸까.

'공저(公邸)' 들어간 총리는 1년내 퇴진 #안 들어간 아베는 역대 최장수 총리 #"귀신 나온다" 소문에 "없다" 각의 결정도

스가 총리는 지난 10월 9일 인터뷰에서 공저로 이사할 것인지를 묻자 “들어갈지 말지 검토하고 있다”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공저에 들어가느냐 마느냐와 상관없이 정부의 위기관리에 누수가 없도록 하는 게 나의 일”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일본 총리가 거주하는 공간인 공저(公邸). [사진 위키피디아]

일본 총리가 거주하는 공간인 공저(公邸). [사진 위키피디아]

아소 총리도 118일 만에 입주..."공저 들어가면 단명 정권 된다"  

역대 총리들도 취임과 동시에 공저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아소 다로(麻生太郎) 전 총리는 118일 만에,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43일 만에, 가장 빨랐던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는 취임 12일 만에 입주했다. 2010년 당시 일본 언론은 “간 총리가 이례적으로 빨리 이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빨리 들어간 만큼 나오는 것도 빨랐다. 간 총리는 약 1년 3개월 만에 총리직을 내려놓았고, 하토야마 전 총리도 재임기간이 1년에 미치지 못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최근 기사에서 “공저에 들어간 7명의 총리 가운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를 제외한 6명이 1년을 전후로 퇴진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1차 내각 땐 공저에 입주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차 내각 땐 공저에 들어가지 않았다. 단명했던 1차 내각과 달리 아베 2차 내각은 7년 9개월(2822일)로 역대 최장수를 기록했다.

실제 국회와 정당이 모여있는 나가타초(永田町)에선 “공저에 들어가면 단명 정권으로 끝난다”라는 말도 돈다. 스가 총리가 공저에 들어가지 않고 의원 기숙사에서 지내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이날 스가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국내 여행 경비의 일부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사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도=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이날 스가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국내 여행 경비의 일부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사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도=연합뉴스]

공저 안 들어간 아베는 역대 최장수 정권..."귀신 나온다" 소문도 

2013년 아베 총리가 공저에 머무르는 걸 꺼리는 이유가 “귀신이 나오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자, 아베 내각은 “(그런 소문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답변서를 각의에서 결정하기도 했다.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귀신을 느낀 적이 있었나”라는 기자 질문에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라며 농담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도쿄도 아카사카에 있는 중의원 기숙사. [사진 위키피디아]

도쿄도 아카사카에 있는 중의원 기숙사. [사진 위키피디아]

스가, 공저 못 들어가 보고 단명 총리 되나

스가 총리가 공저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가 “권력욕이 과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정계 소식통)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아베 전 총리의 남은 임기 1년을 채우기 위한 보궐 성격의 총리인 데다 당내 자기 파벌이 없는 만큼 지나친 권력욕을 내비치는 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자신의 힘으로’ 재선에 성공하면 그 뒤에 공저에 들어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임기 초반 70%대의 지지율 고공 행진을 했던 스가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 미흡으로 곤궁에 처한 상태다. 14일 발표된 NHK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전달보다 14%P 떨어진 42%를 기록했다. “단명 총리의 지지율 곡선을 그리고 있다”(도쿄 소식통)는 분석도 나온다. 공저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단명하는 총리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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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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