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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집에서 ‘신속 항원검사’ 할 수 있게 허용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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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지난 13일 1000명을 돌파하면서 기존의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러스 활동력이 강한 겨울이라는 계절적 위험에 역행한 정부의 거리두기 조기 완화로 인해 무증상자에 의한 전파가 급증한 결과다. 감염 차단을 위해서는 선제적인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필요하고, 감염 확산의 고리인 숨어있는 무증상자를 조기에 찾아내 격리하는 것이 열쇠다. 코로나19 표준검사인 RT-PCR은 정확도가 높지만, 검체 채취에 전문 의료인력이 필요하고 비싸다. 특히 결과 확인에 6시간 이상 걸려 대중적 선별검사로는 유용성에 한계가 있다.

PCR 검사보다 저렴하고 신속해 #무증상자 빨리 찾아내 격리해야

신속 항원검사는 RT-PCR보다 민감도가 낮지만 10~30분 만에 신속하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저렴하다. 전문 의료인력 없이 사용할 수 있어서 접근성과 반복성 면에서 대량 선별검사에 이점이 있다. 지역사회 감염 빈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신속히 확진자 경로 파악이 필요할 때 확진자를 빨리 찾아내는 데 유용하다. 증상 발현 전이나 초기 증상 시기에 바이러스 양이 많이 검출될 때 추천하는 검사법이다. WHO는 신속 항원검사는 민감도 80% 이상과 특이도 97% 이상이어야 사용을 추천한다. 선별 검사 목적으로 1회가 아닌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결과가 양성인 경우에는 RT-PCR로 확진하길 권고한다.

코로나19는 감염자의 40% 이상이 무증상이며 증상 이전에 감염시키는 비율을 포함하면 60% 이상이 무증상 상태에서 타인을 감염시킨다. 그러므로 본인은 증상이 없지만, 타인에게 감염력이 있는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들을 신속하게 확진하기 위한 선별검사가 필요하다.

신속 항원검사는 지금 국내 상황처럼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거나 학교·교회·요양원·요양병원·교도소처럼 밀집도가 높아 감염자가 집단으로 발생하는 곳의 선별검사로 적합하다. 1주에 1회 이상 반복 사용 시 코로나19의 전파를 효과적으로 늦출 수 있으며 반복 검사 시 정확도가 증가한다.

슬로바키아는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한국이 수출한 신속 항원검사 키트를 이용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진행했다. 10세 이상 인구의 3분의 2(360만명)를 이틀간 검사해 1% 이상의 양성 확진자를 찾아내 격리했다. 덕분에 1주일 이내에 감염률이 60% 감소하자 많은 나라에서 슬로바키아 사례를 도입하고 있다.

RT-PCR 검사는 사람이 밀집된 장소에서 이뤄져 감염 위험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신속 항원검사는 개인 구매가 허용되면 집에서 안전하게 반복 검사를 통해 조기에 가족 간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 중인 지금 정부가 집단 감염의 위험이 높은 단체에 검사 키트를 제공하길 권한다. 밀집도가 높은 장소에서 주 1~2회 검사를 반복하면 조기에 무증상 확진자를 찾을 수 있다. 고령자나 의료 취약 계층에서 집단 발생의 감염 고리를 차단해 중증 환자 비율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14일부터 수도권 150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작된 검사는 정확도가 높은 RT-PCR 검사를 권장한다. 신속 항원검사는 임신 시약처럼 개인이 구매할 수 있게 해서 접근성과 반복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신속 항원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오면 RT-PCR 검사로 확진하는 방법을 권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대학·대형마트·백화점처럼 접근성이 좋은 장소에서 신속 항원검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무증상이나 경증인 경우 조기에 확진해 가족·직장으로 전파되는 감염을 차단해야 한다. 근본적인 종식 방법인 백신을 접종하기 전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면서 무증상자를 조기에 찾아 격리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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