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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4단체 “규제 쓰나미 암담, 3%룰 1년 유예해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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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 네 곳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의 시행을 1년 연기해 달라고 정부와 여당에 요청했다. 이들 단체는 공정거래법과 노동조합 관련 법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정에 기업규제법 보완입법 요구 #① 분리 감사위원 이사 자격 제외 #② 의결권 위한 주식보유 최소 1년 #③ 내부거래 규제 ‘자회사’는 제외 #④ 노조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14일 입장문에서 “경제계는 규제 쓰나미를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지 암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계가 온 힘을 모아 간절히 요청한 사항들이 도외시됐다”며 “노동계와 시민단체에 일방적으로 치우친 법이 만들어져 경제계의 무력감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3%룰’의 시행을 1년 이상 늦춰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3%룰은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이들 단체는 “외국계 펀드나 유력 적대 기업들이 연합해 20%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구조”라며 “기업의 방어권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국계 펀드나 유력 적대 기업들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직접 진입해 핵심 기술과 정보에 접근하고 주요 투자의사 결정을 훼방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의결권 제한 자체가 주주 권리와 사유 재산권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3%룰의 보완책도 요구했다. 주총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1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다. 이렇게 선출한 감사위원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게 하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의 감시 대상이 대폭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입장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말부터 대기업 총수 일가 지분율 20% 이상 기업은 일감 몰아주기 감시 대상에 오른다. 이런 기업들이 50% 넘는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들어간다.

이들 단체는 “자회사도 공정위 감시 대상에 포함돼 성장동력 발굴이나 신산업 진출 등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글로벌 경쟁 속에서 계열사 간 협력 관계가 사전적으로 규제받는다”고 덧붙였다. 경총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가 50% 넘는 지분을 들고 있는 자회사까지 공정위 감시 대상에 올리는 ‘간접지분 규제’만이라도 없애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10대 그룹 계열사 중 일감 몰아주기 감시 대상은 29개(지난해 기준)에서 104개로 늘어난다. 공정위의 감시 대상인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액은 5조4200억원에서 23조9600억원으로 증가한다.

이들 단체는 해고자와 실업자가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한 보완 입법도 제안했다. 이들 단체는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노동계에 힘이 쏠린 만큼 사용자의 대항권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조가 파업을 벌이면 대체근로를 일부 허용하고 노조의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는 내용 등을 노조법에 담아야 노사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해고자·실업자 등 회사 소속이 아닌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은 노조 사무실에 한해 필수적인 경우에만 허용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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