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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밀(밀폐·밀집·밀접)’ 교회·요양 시설 덮친 코로나 3차 파고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울산시 남구 양지요양병원 앞에서 소방대원들이 확진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이 병원에서는 이틀간 9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울산시 남구 양지요양병원 앞에서 소방대원들이 확진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이 병원에서는 이틀간 9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연합뉴스.

전국 곳곳에서 교회 등 종교시설과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무더기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하루 1000명을 뛰어넘는 확진자가 나오는 '코로나 3차 대유행'에 맞물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종교시설과 요양시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4일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무더기 감염이 발생하는 요양병원과 교회 등 종교시설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 본부장은 “12월 들어서 확진자 증가와 함께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의 집단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로, 지역사회 감염이 취약시설 종사자 또는 출퇴근하는 이용자를 통해 취약시설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요양병원 무더기 확진 왜

확진자가 늘면서 동일집단(코호트) 격리를 하고 있는 경기도 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서는 이날 2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환자 수가 72명으로 증가했다. 부산 인창요양병원에서도 42명이 확진되면서 누적 감염자 수는 총 106명으로 증가했다. 환자가 88명, 직원이 10명, 간병인 8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울산에서는 코호트 격리 중인 상태에서 의사까지 감염되는 사례가 나왔다. 울산 양지병원에서 이날 발생한 추가 확진자는 47명으로, 누적 감염자 수는 205명에 달한다. 지난 5일 병원에서 근무했던 요양보호사가 최초로 확진된 데 이어 감염자 수가 급증했다. 방역 당국은 코호트 격리 중 비확진자를 대상으로 2~3일마다 진단검사를 벌여왔다. 울산시 관계자는 “잠복기가 달라서 시간을 두고 확진자가 나오는 것인지, 병원 내에서 교차 감염이 발생한 것인지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하루에만 무려 57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부산 동구 한 요양병원. 송봉근 기자

지난 12일 하루에만 무려 57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부산 동구 한 요양병원. 송봉근 기자

방역 당국은 요양병원이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한 이유로 이른바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을 꼽고 있다. 정 본부장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의 경우 다인실 위주의 운영으로 높은 밀폐도와 밀집도가 중요한 위험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호자와 간병인이 자주 교체되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시설 내로 유입돼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요양병원 측은 “방역수칙을 지키려고 애를 쓰는데 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도권 한 요양병원장은 통화에서 “환자들은 입원하면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2~3주에 한번씩 진행하는데 일상감염이 워낙 많으니 어디서 감염된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 보호를 위해 면회도 금지했지만, 지역감염이 넓게 퍼져있어 감염 경로 차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고령층이 많은 요양병원에서 무더기 감염이 쏟아지면서 위중·중증환자와 사망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확진자 비율은 2주 전 22.9%였지만 지난주 32%로 증가했다. 사망자 역시 지난 1주간 38명이 발생했다. 정 본부장은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70~80대 어르신의 사망이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식사, 모임' 통한 교회 감염도 계속 이어져

서울 강서구 소재 성석교회발 확진자가 51명 증가해 총 확진자는 140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는 0시 기준으로 1030명을 기록했다. 뉴스1

서울 강서구 소재 성석교회발 확진자가 51명 증가해 총 확진자는 140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는 0시 기준으로 1030명을 기록했다. 뉴스1

교회 예배를 연결고리로 한 확진자도 잇따라 발생했다. 정 본부장은 “이번 주와 지난주에 특히 가장 많이 증가한 건 종교시설을 통한 집단감염”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에서는 14일 강서구 성석교회에서 22명이 추가로 확진돼 누적 확진자는 162명이 됐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이달 3일까지 7주간 부흥회를 진행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활동으로 비말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돼 추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방역지침 위반이 확인될 경우 과태료 등 제재를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충남 당진에서도 19명이 교회 예배를 매개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진 나음교회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 12일로 역학조사 결과 신도들은 지난 6일 주말 예배 후 함께 식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회 시설에 대한 환경 검체 검사에서 온풍기 등 16곳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당진 종교시설과 관련한 누적 확진자는 총 43명으로 늘었다.

충북 제천에서는 가정집에서 교회 소모임을 가진 신도 6명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미 확진자가 발생했던 대구지역 교회에 다녀온 뒤 발열 증상을 보였지만 예배에 참석하고 소모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천시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산책을 했다”고 한 소모임 참석자 전원을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밖에 광주광역시에서도 이날 하루에만 20명의 종교시설 관련 확진자가 나왔다.

집단감염 부산 요양병원 확진환자 이송 14일 오후 부산 북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직원과 환자 등 53명의 코로나19 확진자를 119구급차량을 이용해 격리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이 병원은 동일집단격리 조치가 내려져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집단감염 부산 요양병원 확진환자 이송 14일 오후 부산 북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직원과 환자 등 53명의 코로나19 확진자를 119구급차량을 이용해 격리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이 병원은 동일집단격리 조치가 내려져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작용해 실내에 모이고 환기를 자주 하지 않는 데다 지역사회 유행과 함께 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요양병원 대규모 감염과 관련해서 “과거 코로나19 유행의 사이클을 보면 항상 정점에는 요양병원의 집단 발생과 중증환자 사망이라는 사이클이 존재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요양병원은 감염병에 가장 취약한 구조로 병원에 있는 분들은 클럽이나 노래방, PC방에 가지 못하지만,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영업자 문제, 경제문제만 걱정할 것이 아니라 가장 취약계층인 요양병원 환자들에 대해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선윤·신진호·김현예·최종권·백경서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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