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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전단금지법, 자유 묵살" 美 의원 비판에…통일부 "국민 보호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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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과 관련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출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과 관련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출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美 스미스 의원 "법 통과시 韓 인권감시국" 경고 #통일부 당국자 "접경지역 국민 보호 조치" 반박 #김여정 6·4담화 발표 4시간만 "금지법 준비" 밝혀

통일부가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통과할 경우 한국이 인권 감시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의 생명·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반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미국 공화당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이 공개 성명을 통해 "시민 자유를 묵살한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일명 '삐라 금지법')을 공개 비판한 데 대해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반박했다. 이어 "정부는 인권을 타협할 수 없는 가치로 존중하고 있다"며 "현재 국회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그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스미스 의원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공산주의 북한을 묵인하고 북한 주민에 대한 정신적·인도적 지원 행위를 범죄화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 법을 “어리석은 법(inane legislation)”이라고 표현하며 "명백한 한국 헌법 위반이자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이 인도적 시민단체들의 대북 활동을 처벌하고 근본적인 시민의 자유를 묵살하는 데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비판하면서 이 법이 통과되면 미 국무부가 인권보고서와 종교자유보고서에서 한국을 비판적으로 재평가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이 국무부 '워치 리스트(감시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청문회를 소집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스미스 의원은 공화당 20선(뉴저지) 중진의원으로 의회의 초당적 인권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공동의장직을 맡고 있다.

박상학 대표 등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 6명이 지난 6월 22일 오후 11시쯤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서 대북전단을 날려보냈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박상학 대표 등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 6명이 지난 6월 22일 오후 11시쯤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서 대북전단을 날려보냈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모스 단 국무부 국제형사사법 대사와 샘 브라운백 국무부 국제종교자유담당 대사는 지난 9일 한국의 대북전단 금지 조치에 우려를 표하며, 북한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 법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김정은의 행복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며 "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한국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반하고 인도주의와 인권 활동을 형사상 위법으로 만들 것"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으로 꼽히는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팀에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내용을 전달하겠다"며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접경 지역에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일방 통과시킨 데 이어 2일 전체회의에서 단독표결로 통과시켰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6월 4일 담화를 통해 우리 탈북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며 우리 정부를 향해 "(전단 살포를)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요구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 부부장은 지난 6월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한국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 부부장은 지난 6월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한국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당시 통일부는 김여정 담화 4시간여 만에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대북전단금지법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야권은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이 개정안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틀째 이어가고 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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