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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타고와 무료 급식 줄선 모녀 "공짜밥 주는데 왜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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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곳에 벤츠를 타고 나타나 급식을 타 가려 한 모녀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이야기는 경기도 성남시에서 노숙인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온라인상에 퍼졌다.  “오늘은 아주 괴로운 날이다. 화가 나고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글이다.

[김하종 신부 페이스북 캡쳐]

[김하종 신부 페이스북 캡쳐]

김 신부는 “흰색의 비싼 차(벤츠) 한 대가 성당에 왔다. 그리고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내렸다. 두 분은 태연하게 노숙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분들을 막아서고 따님도 계시고 좋은 차도 있으시기 때문에 여기 오시면 안 된다. 도시락이 모자란다고 말렸다”고 밝혔다.

김 신부를 더욱 분노하게 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그는 “그런데 아주머니는 ‘여기는 공짜 밥 주는 곳인데 왜 막느냐’며 오히려 저에게 짜증을 냈다”며 “저는 아주 화가 났다. ‘도시락은 노숙인분들을 위한 것이고 아주머니와 할머니 때문에 다른 분들이 먹지 못한다’고 했지만 아주머니는 계속해서 도시락을 받아가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들 모녀가 무료 도시락을 받아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신부는 “이분들의 행동은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것이고 이분들의 말은 우리 친구들을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는 말”이라며 “코로나19 시기에 우리가 ‘모두’를 생각한다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겠지만, ‘나’만 생각한다면 사회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하종 신부의 글에 등장한 벤츠 승용차와 탑승자. [김하종 신부 페이스북 캡쳐]

김하종 신부의 글에 등장한 벤츠 승용차와 탑승자. [김하종 신부 페이스북 캡쳐]

이 글을 본 사람들은 “어이없네요”“개념이 없네요”“후안무치” 등 비판을 가하는가 하면 김 신부를 향해 “힘내시라”“항상 감사하다”는 응원의 댓글을 달았다.

김 신부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1990년 국내에 들어왔다. IMF 위기 이후 노숙인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유도하고 기본적인 권리인 의식주를 해결해주기 위해 1998년 7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안나의 집 대표를 맡고 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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