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눈보라 뚫고 1609㎞ 달렸다, 美가족 살린 '착한 사마리아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눈보라가 거센 캐나다에서 차량이 고장나는 곤경에 처한 미국인 가족과 그들을 도와 국경까지 안내한 캐나다인이 국경에서 찍은 기념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부터 개리 배스. 린 마체소. 페이톤 마체소, 레베카 마체소, 팀 마체소. [사진 린 마체소=CNN]

눈보라가 거센 캐나다에서 차량이 고장나는 곤경에 처한 미국인 가족과 그들을 도와 국경까지 안내한 캐나다인이 국경에서 찍은 기념 사진. 왼쪽에서 두번째부터 개리 배스. 린 마체소. 페이톤 마체소, 레베카 마체소, 팀 마체소. [사진 린 마체소=CNN]

"'집에 어떻게 돌아가지'라는 생각은 두 번 이상 하지 않았다"

캐나다의 거센 눈보라에 갇힌 미군 가족을 도우려 이틀에 걸쳐 1609㎞를 운전한 캐나다 군인이 한 말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개리 배스 캐나다 국군생도 교관은 지난 11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미국 조지아주 거주 여성 린 마체소와 아들 페이튼(13), 딸 레베카(10), 반려견·반려묘로 구성된 가족을 만났다.

이들은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미군 기지에 주둔 중인 남편이자 아버지 팀 마체소를 만나러 가던 중 심한 화이트아웃(눈과 공기의 경계가 사라져 시야를 확보할 수 없는 상태)을 만난 뒤 차 고장으로 좌절하고 있었다. 앞 유리에는 진창이 덮여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고 타이어마저 헛돌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설상가상으로 마체소의 휴대전화 수신 장치까지 고장 났다. 내비게이션을 쓰기 위해 어디선가 GPS 장치를 구해야 했다.

린은 "주유소에 차를 가져다 놓은 뒤 울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아이들과 반려동물들을 데리고 가야 할 남은 길이 너무 험난한 데다 트럭 상태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초 이번 여행은 9월에 할 계획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경 출입 규제가 강화돼 11월이 돼서야 길을 떠날 수 있게 됐다. 남편 팀도 캐나다의 방역 규정 등에 따라 당장 가족을 구하러 올 수도 없었다.

이들을 도운 최초의 캐나다인은 주유소 건물 안에서 나온 한 여성이었다. 그는 린의 트럭을 직접 운전해 타이어 가게까지 바래다줬다. 그리고 이들을 위해 알래스카까지 대신 운전해 줄 수 있는 '베테랑 운전사'를 찾는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배스가 곤경에 처한 미군 가족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다. 사연을 알게 된 배스는 선뜻 운전대를 잡았다. 눈보라를 뚫고 가야 하는 길은 1609㎞(1000마일), 장장 이틀을 달려야 갈 수 있는 거리였다.

팀은 배스의 도움을 선뜻 받는 것을 주저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린은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을 위해 도움을 받는 게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했다"고 그는 CNN에 말했다.

배스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이들을 안전히 목적지까지 데리고 가는 데 노력을 쏟느라 자신이 집에 돌아갈 방법을 걱정할 겨를조차 없었다"고 떠올렸다. 배스는 무사히 알래스카 국경에 도착해 린에게 핸들을 넘겨줬다. 린 마체소는 "(낯선 사람이 아닌) 오랜 친구 같았고, 정말 멋진 드라이브였다"며 "그는 모든 사람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영미권 매체들은 '착한 사마리아인'이 된 캐나다 배스의 선행을 소개했다. 배스와 인터뷰를 한 더타임스는 "캐나다인의 공손함에는 한계가 없는 것 같아 보였다"고 극찬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