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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케이크에 맘 약해졌다" 홍준표 복당 찬성한 정진석,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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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의원님, 홍준표(무소속) 의원의 복당에 찬성이세요 반대세요?”
“저는 찬성합니다.”

국민의힘 최다선(5선)인 정진석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의 복당 문제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어 “원래 복당에 반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랬는데 제 생일에 보낸 녹차 케이크 한쪽에 마음이 약해졌다. 정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날 사회자 질문처럼 정 의원은 지난 4·15 총선 직후 “이 당이 홍준표 전 대표의 대권욕에 소모되어야 할 존재인가. 그는 우리 당의 미래가 될 수는 없다”(4월 29일 페이스북)며 강경한 입장을 보여 왔다. 이랬던 그가 왜 입장을 선회한 걸까. ‘녹차 케이크’ 때문이란 게 선뜻 납득이 되지 않아 이날 직접 의원회관으로 찾아가 물어봤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중진 의원들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의장실에 항의 방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중진 의원들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의장실에 항의 방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입장을 왜 바꾼 건가.
“홍 전 대표가 친정에 돌아오고 싶은 마음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복당 시기는.
“적절한 시점이 되면 복당이 가능하도록 나도 역할을 할 테니 좀 기다려 보라.”

홍 전 대표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자신의 복당 문제에 “상당 기간 어렵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배은망덕하다”며 당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자고 제안(지난 4일 페이스북)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그건 대선에 출마한 어른다운 모습이 아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진중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소속인 김태호·윤상현 의원에 대해서도 “원하면 다 복당시켜야 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제부터는 정권 교체라는 공동의 목표에만 집중해야 한다”며 “의지를 다지는 차원에서 2022년 3월 9일 대선 일까지 염색하지 않고 백발로 지내겠다”고 강조했다.

연말 정기·임시국회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범여권 정당까지 규합해 거대 여당의 힘을 유감없이 드러내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수적 열세 극복을 위한 방편으로 ‘무소속 복당론·야권 연대’ 등이 거론되는 중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홍 전 대표는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손색이 없다. 빨리 복당시켜야 한다”(CBS 라디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지난달 11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뺄셈의 정치를 하고 있다”며 홍 전 대표의 복당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과의 통합·연대를 요구했다. 이들 외에도 당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세력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국민의힘(박성중 서울시당위원장 주최)은 오는 14일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를 여는데, 이 자리에는 홍 전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유승민·오세훈·원희룡 등 인지도 높은 범야권 인사가 대거 참석한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 무소속 홍준표·윤상현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서경석 목사 등이 모여 보수진영의 연대방안을 논의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문재인 정부에 총력 투쟁하겠다고 했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선택지가 별로 없다”며 “이에 우선 뜻을 함께하는 반문 인사들을 규합하면서 투쟁의 수위와 방식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 출범 이후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홍 전 대표와 강경 보수 인사의 복당·연대가 과거 보수 정당에 대한 싸늘한 시선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김종인 위원장도 최근까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복당 문제는 그들(홍준표 전 대표 등)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려해서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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