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에디터 프리즘] 코로나 시대 유권자 마음을 얻는 법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15호 31면

박신홍 정치에디터

박신홍 정치에디터

코로나19 같은 대재앙이 닥치면 사회적 약자들이 훨씬 더 큰 타격을 입는다. 특히 장애인들은 방역과 경제라는 사회 구성원 공통의 우려에 더해 일거수일투족이 제약받는 삼중고를 감내해야 한다. 앞을 보지 못하고, 말하고 듣지 못하며,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코로나 공습은 그들의 일상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루틴마저 헝클어뜨렸다.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가 발목을 잡는다. 감염 위험에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다. 그들 표현에 따르면 ‘생존 자체를 위협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좌우 넘어 공동체 유지 힘쓰고 #‘심리적 방역’에도 귀 기울여야

비장애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20대 여성의 자살이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자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43%나 급증했다. 올 1~8월엔 자살을 시도한 세 명 중 한 명이 20대 여성이었다. 올해 청소년 자살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김현수 명지병원 교수는 “삶의 기반이 허약한 20대를 코로나 팬데믹이 파고들었다”며 “물리적 방역에 집중하다 보니 취약 계층을 위한 심리적 방역엔 미흡했다”고 진단했다. 우울증과 고립감 심화, 일자리 상실, 미래 불안 등이 젊은층의 희망을 앗아가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그들을 챙길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이다.

전대미문의 재난에 소외된 자들까지 챙길 여력이 어디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거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문제는 누구든, 나 자신조차도, 언제든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코로나 시대의 냉엄한 현실이란 점이다. 지금은 각자 동아줄 하나씩 꽉 부여잡고 “설마 나는 안 떨어지겠지”라며 안심하고 있다 해도 당장 내일 사회적 약자로 전락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엔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듯이 코로나 쇼크도 점점 예외를 찾기 힘들어지는 게 지난 1년의 흐름이었다.

이처럼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물리적·심리적 안전판의 확보가 필수다. 대다수 약자와 소수 생존자의 공존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건 역사의 오랜 경험칙이다. 이 과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는 건 결국 정치의 몫이다. 마침 정치권도 새해 벽두부터는 선거 정국으로 급속히 전환될 것이다. 지금이야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지만 이 또한 내년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하다. 그들의 궁극적 목표는 오로지 선거 승리와 권력 쟁취뿐이다.

하지만 선거에서 이기려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야 하는 법. 내년에도 최대 화두는 코로나가 될 수밖에 없을 거고 바이러스 방역뿐 아니라 심리적 방역 또한 주된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둘 다 유권자 개인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어느 정치인이든 좌우나 진보·보수를 넘어 사회적 약자를 보듬으며 공동체를 지켜내려고 노력할 때 더욱 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들도 “아, 저 정치인은 나를 이해해 주는구나”라고 느낄 때 지지할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말이 번지르르한 선동가나 전투력 넘치는 투사가 지도자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젠 유능함 못지않게 따뜻한 감성을 지닌 정치인, 모두가 앞만 쳐다보며 권력을 향해 달려갈 때 옆도 돌아볼 줄 아는 정치인, 양극화에 코로나 사태가 겹치며 직장인·주부·학생 등 공동체 구성원들의 심리적 소외가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그들의 호소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정치인이 진정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시대가 됐다. 물리적 방역과 심리적 방역을 모두 경시하는 정치인이 코로나 선거의 승자가 될 수 없음은 이미 미국 대선에서도 증명이 됐다.

박신홍 정치에디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