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소아마비 치료에도 효과있다

중앙일보

입력

얼굴의 주름을 없애는 데 널리 쓰이고 있는 보톡스가 소아마비 아이들의 근육 경직을 풀어주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월터 리드 육군병원 아동-청소년 신경질환 치료실장 마크 디파지오 박사는 2일 호놀룰루에서 열린 미신경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1-16세의 소아마비 아이들을 대상으로 불수의(不隨意), 즉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수축되는 근육에 보톡스를 주사한 결과 보톡스가 신경이 근육과 연결되는 신경종말(終末)과 결합, 신경이 근육에 수축신호를 보내는 것을 막음으로써 근육 이완효과를 발휘했다고 밝혔다.

디파지오 박사는 월터 리드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소아마비 아이들 250명에게 한 번 또는 여러 번 불수의 수축 부위에 보톡스를 주사하고 이 중 148명을 평균 2년에 걸쳐 관찰한 결과 86%가 근육운동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디파지오 박사는 이러한 효과는 보통 보톡스 주사의 효력이 3-4개월이면 소멸되는데 비해 6-9개월까지 지속되었다고 밝히고 이는 보톡스 주사로 일단 근육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시간이 갈수록 근육이 더 강하고 유연해지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상태의 호전은 비디오 테이프 분석, 전문의의 평가, 근육경직 측정, 환자가족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확인되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여러 번 보톡스 주사를 맞은 아이들도 보톡스에 대한 내성이 형성되는 조짐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디파지오 박사는 지적했다.

부작용으로는 독감 같은 증세와 가벼운 다리 무력증이 나타났으나 이러한 아이들은 전체의 2%에 불과했다. 현재 쓰이고 있는 근육경직, 근육경련 치료제는 인식기능 손상, 졸음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디파지오 박사는 보톡스 치료를 받은 아이들은 처음으로 혼자서 밥을 먹고 펜으로 글씨를 쓰며 컴퓨터 터치 스크린을 이용하는 등 자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생기게 되었다고 밝히고 보톡스는 소아마비 아이들과 가족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열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호놀룰루=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