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의혹 사건과 관련, 네이버 밴드와 블로그에 피해자 A씨의 실명과 직장명을 공개한 2명이 경찰에 고소됐다. A씨 측은 박 전 시장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피고소인들이 서울시청 관계자가 아닌데도 A씨의 실명을 거론한 점을 들어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출처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명 #직장명…회원 1000명 이상 밴드 등서 공개
9일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7일 A씨는 자신의 실명과 직장명을 네이버 밴드와 블로그 메인화면에 공개한 성명불상자 2명에 대한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A씨의 정보가 공개된 곳은 회원 1390명 이상의 네이버 밴드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네이버 블로그 ‘앨리의 원더랜드’ 등이다.
김 변호사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이들의 블로그 메인화면을 보면 지난 8월 6일에 올라온 ‘기획미투 여비서를 고발합니다’ 라는 글 하단에 해시태그로 #피해자의 실명(2회) #소속 직장명이 태그 돼 있다. 네이버 밴드에도 ‘영원한 서울시장 박원순 시장님을 기억하며…시장님 사랑해요’라는 글 아래에 실명과 직장명이 공개됐다.
“시청 관계자 아닌데 실명 어떻게 알았나”
김 변호사는 “경찰수사를 통해 밴드와 블로그 운영자는 동일인으로 특정된 것으로 안다”며 “피고소인들은 서울시청 관계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들이 누구를 통해 피해자의 실명 및 직장명 정보를 제공받았는지도 조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의 실명과 직장명을 공개하는 것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에 저촉된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이 법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의 피해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는 것은 금지된다.
김 변호사는 “법에 따라 가명 조사를 받는 피해자의 실명과 소속기관을 피해자 의사에 반해 공개하는 행위는 성폭력 피해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공격이자,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야만적 행위”라며 “실명 공개 사건 피의자에 대한 구속수사 및 엄중한 처벌은 지금도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 위력 성폭력,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구속수사 촉구 시위도…“A씨 일상 파괴”
김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이 같은 사건에 따른 충격 등으로 인해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피의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자는 안전하게 직장으로 돌아가는 길이 막혀 버렸고, 안전하게 회복해야 할 일상의 평화 또한 완전히 파괴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피고소인들에 대해 신속한 구속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성폭력 상담소는 8~11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해당 사건의 피고소인들에 대한 구속 수사 및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김 변호사를 비롯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경숙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참여한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