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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사건’ 피해자, 자신의 실명 공개한 지지자 추정 2명 고소

중앙일보

입력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의혹 사건과 관련, 네이버 밴드와 블로그에 피해자 A씨의 실명과 직장명을 공개한 2명이 경찰에 고소됐다. A씨 측은 박 전 시장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피고소인들이 서울시청 관계자가 아닌데도 A씨의 실명을 거론한 점을 들어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출처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명 #직장명…회원 1000명 이상 밴드 등서 공개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2차 가해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0.12.8/뉴스1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2차 가해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0.12.8/뉴스1

 9일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7일 A씨는 자신의 실명과 직장명을 네이버 밴드와 블로그 메인화면에 공개한 성명불상자 2명에 대한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A씨의 정보가 공개된 곳은 회원 1390명 이상의 네이버 밴드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네이버 블로그 ‘앨리의 원더랜드’ 등이다.

 김 변호사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이들의 블로그 메인화면을 보면 지난 8월 6일에 올라온 ‘기획미투 여비서를 고발합니다’ 라는 글 하단에 해시태그로 #피해자의 실명(2회) #소속 직장명이 태그 돼 있다. 네이버 밴드에도 ‘영원한 서울시장 박원순 시장님을 기억하며…시장님 사랑해요’라는 글 아래에 실명과 직장명이 공개됐다.

“시청 관계자 아닌데 실명 어떻게 알았나”

김재련 변호사가 7일 형사고소한 성명 불상자 2명의 네이버 밴드. 하단에 해시태그로 실명과 직장명이 공개됐다. [김재련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김재련 변호사가 7일 형사고소한 성명 불상자 2명의 네이버 밴드. 하단에 해시태그로 실명과 직장명이 공개됐다. [김재련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김 변호사는 “경찰수사를 통해 밴드와 블로그 운영자는 동일인으로 특정된 것으로 안다”며 “피고소인들은 서울시청 관계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들이 누구를 통해 피해자의 실명 및 직장명 정보를 제공받았는지도 조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의 실명과 직장명을 공개하는 것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에 저촉된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이 법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의 피해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는 것은 금지된다.

 김 변호사는 “법에 따라 가명 조사를 받는 피해자의 실명과 소속기관을 피해자 의사에 반해 공개하는 행위는 성폭력 피해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공격이자,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야만적 행위”라며 “실명 공개 사건 피의자에 대한 구속수사 및 엄중한 처벌은 지금도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 위력 성폭력,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구속수사 촉구 시위도…“A씨 일상 파괴”

7일 김재련 변호사가 고소한 피의자의 블로그 화면. 피해자 직장 1회, 실명이 2회 공개됐다. [김재련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7일 김재련 변호사가 고소한 피의자의 블로그 화면. 피해자 직장 1회, 실명이 2회 공개됐다. [김재련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김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이 같은 사건에 따른 충격 등으로 인해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피의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자는 안전하게 직장으로 돌아가는 길이 막혀 버렸고, 안전하게 회복해야 할 일상의 평화 또한 완전히 파괴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피고소인들에 대해 신속한 구속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성폭력 상담소는 8~11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해당 사건의 피고소인들에 대한 구속 수사 및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김 변호사를 비롯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경숙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참여한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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