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갚을 능력 없이 “아빠 돈 빌려 산 아파트” 증여세 수억 추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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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사회 초년생인 A씨는 올해 고가 아파트를 사들였다. 국세청은 A씨의 자금 출처를 의심했다. A씨는 5촌 친척에게 수억원을 빌렸다고 주장하며 차용증과 이자 지급 내역을 제시했다. 국세청 조사 결과 거짓말이었다. A씨의 아버지 돈이 친척 계좌를 거쳐 A씨에게 흘러갔다. 국세청은 편법 증여 행위로 보고 증여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 탈세혐의 1543명 조사 #빌린 것으로 꾸민 편법증여 많아

근로자 B씨는 아버지에게 수억원을 빌려 고가 아파트를 샀다고 신고했다. 30년에 걸쳐 빚을 갚겠다는 차용 계약서도 있었다. 하지만 국세청은 허위 계약으로 봤다. B씨의 소득이 아버지 빚을 갚을 만큼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B씨에게도 증여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올해 들어 일곱 차례에 걸쳐 탈세 혐의자 1543명을 조사한 결과 세금 1203억원을 추징했다고 7일 밝혔다. 185명에 대한 세무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세금 추징 대상에는 친인척 간 돈을 빌린 것으로 꾸민 편법 증여 행위가 많았다. 부동산 매입 자금을 부모 등에게 빌렸지만 정작 본인은 상환 능력이 없는 경우였다.

고가 아파트를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구입)한 뒤 자신이 살 전셋집의 보증금은 부모에게 빌린 경우도 있었다. 이때 부모에게 빌린 돈을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없으면 편법 증여에 해당한다고 국세청은 봤다. 학원·헬스클럽 등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 중에선 사업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별도 계좌로 빼돌려 부동산 구입 자금으로 쓴 사례도 있었다.

김길용 국세청 부동산납세과장은 “국세청 자료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에서 보내온 탈세 의심자료 등을 분석해 세금 탈루를 감시할 것”이라며 “새로운 유형의 변칙적 탈세 혐의를 발굴해 검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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