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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돈, 광물시장으로 몰리자…구리, 니켈ㆍ철광석 줄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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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원자재 랠리, 경기 회복 신호인가 투자 과열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글로벌 원자재 랠리, 경기 회복 신호인가 투자 과열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광물 시장에 볕이 들고 있다.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경기 회복의 조짐에 증시에 지친 투자자가 원자재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구리와 니켈·철광석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을 이끄는 것은 경기 선행지표로 여겨지며 '닥터 쿠퍼'로 불리는 구리값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는 t당 7741.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저점인 지난 3월23일(4617.50달러) 보다 67% 급등했다.

캔디스 뱅선드 피에라 캐피탈 광물 담당 펀드 매니저는 WSJ에 “구리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수도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구리의 사상 최고가는 2011년의 t당 9827달러였다.

날개를 단 것은 구리만이 아니다. 알루미늄 합금은 t당 1840달러로 최저치를 찍은 지난 4월6일(1130달러)보다 62% 올랐다. 니켈은 최저점이던 지난 3월23일 t당 1만1055달러에서 1만6373달러로 48% 급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6일(현지시간)에 따르면 철광석의 올해 가격 상승률은 48.21%에 달했다.

8년만에 사상 최고치 찍은 구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8년만에 사상 최고치 찍은 구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광물 수요는 경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건설 자재 등으로 쓰이는 구리의 경우 도로 건설 등 인프라 구축이 늘어나면 사용량도 늘어난다. 철광석은 제철, 알루미늄은 캔부터 자동차까지 다양한 제품에 사용된다. 이런 광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올라가면 경기 회복의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백신 개발 소식 등이 전해지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털고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반영됐지만, 시중에 흘러넘치는 유동성이 가격을 밀어 올리고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오를 만큼 올라 추가 상승 동력이 제한되는 주식 시장 대신 또 다른 투자처를 찾아 나선 자금이 광물 가격의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철광 원석. 서(西)호주 광산 사진이다. 철광 등 광물 가격이 폭등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철광 원석. 서(西)호주 광산 사진이다. 철광 등 광물 가격이 폭등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금융 데이터 전문인 팩트셋에 따르면 구리 등 광물을 다루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최근 몇 주 동안 수천만 달러가 몰렸다. WSJ은 “투자자들이 도박에 몰려들고 있다"며 "세계 증시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판단에 광물 투자에 몰리면서 헤지펀드와 투기 세력 역시 구리 등에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물 가격의 급등세를 도박으로까지 진단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금과 광물 가격이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금은 불안을 먹고 자라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원자재인 광물은 가격 변동성이 크다. 특히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때문에 금과 광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쉽다. 하지만 광물 가격의 상승세에 발맞춰 금값도 오르고 있다. 금은 지난 4일 온스당 1835.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니켈, 연초 대비 45% 올랐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니켈, 연초 대비 45% 올랐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각국이 쏟아부은 유동성이 광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최근의 상승세가 단순히 시중에 풀린 돈 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실물 경기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진단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의 알루미늄과 아연 제련 업체인 임페리얼 아연의 최고경영자(CEO) 제이 샌들러는 WSJ에 “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며 “특히 자동차 기업 쪽에서 주문이 다시 들어오면서 초과근무 체제도 일부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구리 채굴 기업인 프리포트 맥머런의 리처드 앳커슨 CEO도 “풀 가동 체제로 일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기업 부채도 상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연초 대비 60% 넘게 폭등.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알루미늄, 연초 대비 60% 넘게 폭등.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기대감을 부채질하는 것은 원자재 시장의 큰손인 중국 경기의 회복세다.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이 올해 수입한 정련동(제련을 마친 구리)은 440만 MT(미터톤)에 달한다. 사상 최고치다. WSJ은 “구리 가격 상승을 견인한 것은 중국”이라며 “중국은 (경기 회복세로) 앞으로 더 많은 정련동을 수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광물 기업 매출 상승의 청신호”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기후변화 대책에 공을 들인다는 점도 광물 투자자들에겐 희소식이다. 전기차며 풍력발전 터빈을 제작하는 데는 상당량의 구리 등 광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광물 전문 트레이더인 마크 핸슨은 WSJ에 “광물 투자를 위한 모든 조건이 완벽히 갖춰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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