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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 적층 기술, SK하이닉스도 176단 '세계 최고' 터치

중앙일보

입력

SK하이닉스가 개발 완료를 발표한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개발 완료를 발표한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진 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SK하이닉스가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낸드플래시 부문의 반등을 위해 사활을 걸었다.  SK하이닉스는 7일 "업계 최고층인 176단 512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사진)를 개발해 지난달 컨트롤러 업체에 샘플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올 10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90억 달러(약 10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힌 지 채 두 달도 안된 시점이다.

마이크론 176단 '퀀텀점프'에 하이닉스도 맞불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데이터를 영구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PC 등 전자기기뿐 아니라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다. 7년 전인 2013년만 하더라도 삼성전자가 데이터 저장단위인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제품을 처음 내놨지만, 최근 들어선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후발주자의 추격세가 거세지는 양상이다.

이날 SK하이닉스가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힌 176단 낸드플래시의 경우, 마이크론이 한 달 전 양산까지 발표한 제품이다.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은 지난달 9일(현지시간)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양산,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력 상품인 128단 낸드플래시와 비교해 적층 난도가 더 높다. 더군다나 마이크론은 96단에서 바로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로 이른바 '퀀텀 점프'(대약진)를 했다.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176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갔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자료 마이크론 홈페이지]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176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갔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자료 마이크론 홈페이지]

SK하이닉스의 176단 낸드플래시는 내년 3분기(7~9월)쯤 양산될 예정이다. 128단 제품 대비 읽기 속도는 70%, 쓰기 속도는 35% 향상된 제품이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기존 128단에 인텔의 144단, 내년에 양산할 176단까지 고용량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게 구성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 당시 "후발 주자로 단기적 개선이 어려웠던 '규모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결정했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낸드플래시 사업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이날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2.6% 오른 11만8000원까지 상승했다. 4거래일째 신고가 행진이다.

낸드 메모리 시장 점유율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낸드 메모리 시장 점유율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SK하이닉스 주가, 연일 신고가 행진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3차원(3D) 낸드플래시의 원조 격인 삼성도 현재 적층 수준(128단)을 넘어서는 '7세대 V(vertical·수직의) 낸드'를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선 160단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삼성은 100단 이상 낸드플래시에서 유일하게 '싱글스택' 방식으로 반도체를 양산해 타 업체 대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왔지만, 신제품에는 적층 난도를 고려해 더블스택 방식을 채택한다. 여기서 싱글스택은 층층이 쌓여있는 셀에 구멍을 한 개 뚫어 전류를 흐르게 하는 기술을 뜻한다. 더블스택(투 스택)은 회로에 전류가 흐를 수 있게 두 번에 나눠 구멍을 뚫고 적층 작업을 마친 낸드 플래시 제품 두 개를 이어붙이는 기술이다.

적층 기술 1위 내준 삼성도 '더블스택' 선회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투자자 포럼 2020'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실제 적층 단수는 소비자 수요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내부 전략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싱글 스택이 적용된 128단 제품에 투 스택 기술을 적용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는 256단 적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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