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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태평양 억지구상' 신설…"바이든에 中 압박하란 뜻"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의회가 조 바이든 신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 움직임을 강화함에 따라 주한미군을 중심으로 한 한·미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압박 요소 #문 정부 부담되는 한·일관계에도 영향 #中 견제, 최신 핵잠수함 2척 예산 배정

미 상·하원은 지난 3일 공동으로 합의한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국방예산안)에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태평양 억지 구상(Pacific Deterrence Initiative)' 조항을 신설하고, 약 22억3500만 달러(약 2조 42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와 관련,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국장은 "(태평양 억지 구상은) 미 의회가 바이든 행정부에 (대중국 군사력 대응에서) 전진하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주한미군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사령부 예하 전 부대가 이번 구상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한반도 주변 안보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구상을 토대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를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일 델라웨어주 웰밍턴의 정권 인수위에서 미국 경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동맹 강화 구상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일 델라웨어주 웰밍턴의 정권 인수위에서 미국 경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동맹 강화 구상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미 의회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에 '유럽 억지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령 크림반도를 침공한 것에 대응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중심으로 유럽 주둔 미군의 역량 강화 방안을 담은 것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구상은 유럽 억지 구상의 '인도·태평양 버전'으로 평가된다.

태평양 억지 구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억지력과 방어 태세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조문에선 "동맹국 및 협력국의 안전 보장을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능력과 준비성 향상"을 내세웠다.

12가지 주요 투자 항목 중에는 ▶동맹국·협력국과의 상호 운용성·정보 공유 개선 ▶동맹국·협력국과의 양자·다자 연합훈련 등이 포함돼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 의회가 중국에 대한 군사적 연합체에 참여하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며 "원칙에 충실한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와 달리 한·미연합훈련 강화와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바이든 당선인이 출범 초기에 한·미·일 3각 협력과 한·일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의 실질적 복원에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의 관계 설정에 애를 먹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정권 말기로 들어서는 문 정부가 국내 정치와 대미 외교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단 얘기다.

이 외에도 이번 구상에는 ▶무인항공체계 및 전구(theater) 내 순항(크루즈)·탄도·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능동·수동 방어 ▶차세대 장거리 정밀 타격 체계 ▶C4I(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및 감시·정찰 체계 등에 대한 투자 강화 방침이 담겼다.

미국 의회는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버지니아급 원자력추진 공격잠수함(SSN) 2척 건조 예산을 배정했다. 사진은 버지니아급인 일리노이함. [사진 미 해군]

미국 의회는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버지니아급 원자력추진 공격잠수함(SSN) 2척 건조 예산을 배정했다. 사진은 버지니아급인 일리노이함. [사진 미 해군]

미 의회는 태평양 억지 구상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진 않았다. 대신 국방수권법안에 최신형인 버지니아급 원자력추진 공격잠수함(SSN) 2척의 건조 예산을 책정했다.

당초 미 해군은 1척 건조 예산을 요청했는데, 오히려 의회가 2척으로 늘린 것이다. 미 의회가 중국의 해군력 강화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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