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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하면 돈 주겠다" 눈물의 호소···쇼핑 천국 홍콩의 추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싸서 평소엔 구입하지 않던 물건도 샀어요.”

얼마 전 홍콩의 한 쇼핑객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전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이 몰려와 발 디딜 틈이 없었던 홍콩이 최근 ‘눈물의 폭탄 세일 중’이라고 SCMP가 보도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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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천국 홍콩의 위기가 시작된 건 지난해다.

2019년 6월부터 계속된 반정부 시위로 관광객이 뚝 끊겼다. 올해 들어선 지구 전역을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홍콩 관광객의 80%를 차지하던 중국 본토인들의 발길이 끊긴 일이 치명타가 됐다. 홍콩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쓰던 이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치솟고 고용 안정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졌다. 정부의 지원금이 종료되면 실업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홍콩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며 지난 9월부터 조금씩 활기가 돌고는 있지만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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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대목’을 앞둔 대형 쇼핑몰들의 마음이 급해졌다.

크리스마스 시즌과 설 연휴가 다가오고 있어서다. 2018년에는 이 기간 매출만 약 450억 홍콩달러(약 6조 4100억원)에 달했다. 그만큼 중요한 시기다.

홍콩의 쇼핑몰들은 우선, 예년보다 약 2주 이른 10월께 크리스마스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현금 쿠폰도 뿌리고 있다. 일부 소매점에선 화장품 가격을 절반 이상 내렸다. 일정 금액 이상을 지출한 고객에게 아이돌 스타와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이벤트도 열리고 있다. 평소 같으면 크리스마스 트리 등 화려한 장식과 홍보ㆍ마케팅에 썼을 돈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데”(SCMP) 쓰고 있는 것이다.

평소 할인을 하지 않는 콧대 높은 명품 매장들이라고 다를 게 없다. 대놓고 할인 행사를 하진 않지만 VIP 고객만을 위한 비공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귀띔이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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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필사적인 몸부림에도 홍콩 쇼핑 산업의 위기는 당분간 계속되리란 전망이 나온다.

홍콩의 코로나19 상황이 언제든 다시 나빠질 수 있고 관광객, 특히 중국 본토인이 다시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여서다. 홍콩 지역 내수 소비 진작이 중요해졌지만 고용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급해진 홍콩은 지난달 싱가포르와 ‘트래블 버블’ 협약도 맺었다.

코로나19 방역을 잘 하고 있는 나라들이 맺는 것으로, 이 협약을 체결한 지역의 관광객들은 상대국을 방문할 때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출발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여행할 때만큼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그러나 하루 관광객 수를 제한하기 때문에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홍콩이 ‘트래블 버블’에 매달리는 것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홍콩은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태국 등 다른 국가들과도 이 협약 체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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