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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낙연 눈 부은채 출근…"측근 6년전 옥살이 트라우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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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이모 당대표비서실 부실장)의 비보(悲報)에도 여느 때와 같이 국회로 정상 출근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말이 없었다. 이 대표는 3일 오전 사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도 가만히 보고를 들었을 뿐 입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오영훈 당대표 비서실장 명의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슬픔을 누를 길이 없다. 유가족들께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짧은 입장만 냈다. 전날 검찰 조사를 받다 쉬는 사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 부실장은 이 대표가 초선 때부터 곁을 지켜온 최측근 인사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이 대표는 최측근인 이모 당대표비서실 부실장의 전날 비보에도 예정된 최고위를 주재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이 대표는 최측근인 이모 당대표비서실 부실장의 전날 비보에도 예정된 최고위를 주재했다. 연합뉴스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이심전심 아니겠나. 누구도 이 부실장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이 대표도 그랬다”고 전했다. 오전 10시 47분쯤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 대표의 눈은 다소 충혈돼 있었고 눈가는 부어 있었다. 평소 기자들과 만나면 몇 마디 문답을 나누던 그는 이날은 침통한 표정으로 말없이 서울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이 부실장의 빈소로 향했다. 오전 11시 15분쯤 빈소에 도착한 이 대표는 약 15분간 조문한 뒤 빈소를 나섰다.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묵묵부답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리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회동만 그대로 참석한다. 그러나 당초 예정됐던 코로나19 방역 점검회의(오후 3시 30분)와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출범식(오후 4시 40분) 일정은 취소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특별한 말씀은 없었고, 아침에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강압수사 가능성을 묻는 말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모 당대표비서실 부실장의 빈소를 찾아 약 15분간의 조문을 마친 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모 당대표비서실 부실장의 빈소를 찾아 약 15분간의 조문을 마친 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발한 사건(옵티머스 복합기 대납 의혹)이 상대적으로 크게 문제가 될 게 없는 사안인 데다, 최근 모친상도 호상(好喪)이었다. 이참에 쉬다 오시라는 말을 건넸을 정도로 이 부실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에 대해 큰 걱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부실장은 약 2주 전쯤부터 당 관련 업무는 놓고 검찰 조사에만 대비해 왔다고 한다. 이 부실장 변호인 측에선 문제로 삼을 만한 검찰의 무리한 강압수사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2014년 이 대표가 전남지사 선거 경선을 치를 때 이 부실장이 곤욕을 치렀던 게 늘 부담이고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실장 주변에서도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을 두고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평소 그와 가까웠다는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함께 이겨내자 굳게 약속했는데 뭐가 그렇게 억울했나”라는 글을 올리며 고인을 애도했다. 이날 일찌감치 빈소를 찾은 박 위원장은 중앙일보와 만나 “이 부실장은 아버지가 안 계셨고 홀어머니 손에 컸기 때문에 더욱 가족들의 마음이 찢어질 것”이라며 “성실하고 아이디어도 많아 이 대표가 무척 아끼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빈소 앞에선 이 부실장의 배우자가 “우리 남편이 너무 불쌍하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조문객과 오열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대표의 의원실 보좌진들이 빈소 앞에서 조문객을 맞는 가운데,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과 박홍근·이개호·정청래·김승남·김철민·오영훈·오영환 의원, 지용호 전 국무총리실 정무실장 등 여권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효성·김민중·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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