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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 넘기는 연습까지 했다" 고사장 앞 지켜준 선생님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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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고 시험장에 수험생들이 입실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3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고 시험장에 수험생들이 입실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대학 수학능력 시험일인 3일 오전 7시30분.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있는 청주고 앞에서 수험생 한 명이 정문으로 들어가자 할머니 이은주(72)씨가 말없이 바라봤다. 이씨는 “들어가는 모습이라도 보려고 학교를 따라왔다”며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수험기간을 보낸 손자가 제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손자가 시험장에 입실한 뒤에야 발길을 돌렸다.

청주고 시험장 앞 응원모습 사라져 #교사 10여 명만 정문서 제자 격려

 이날 청주고 앞은 예년과 달리 새벽부터 나온 재학생들의 응원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화이팅”을 외치는 함성이나 응원 피켓, 현수막도 사라졌다. 승용차를 몰고 온 학부모들은 경찰 통제에 따라 수험생만 내려주고 곧바로 학교를 벗어났다.

 청주고 교문 앞에는 제자를 응원 나온 10여 명의 선생님이 수험생을 격려했다. 한 선생님은 “수험표는 제대로 챙겼지? 도시락도 잘 싸 왔고. 졸지 말고 시험 잘 보고 나오렴”이라고 말하며 제자의 어깨를 도닥였다. 교사 최모(34)씨는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있어서 재학생들은 되도록 시험장에 나오지 말라고 공지했고, 일부 선생님들만 시험장에 가서 격려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연초부터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아이들이 아주 혼란스러워했다.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대전 구봉고등학교를 찾은 수험생들이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대전 구봉고등학교를 찾은 수험생들이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금천고 교사 안현상(39)씨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결시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해 제자들이 수능 등급을 잘 받기가 더 까다로워진 것 같다”며 “마스크를 온종일 쓰고 시험을 봐야 하는데 막판에 집중력이 깨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수능 연기와 온라인 개학, 등교 중단 등 수험 기간 내내 혼란을 거듭했던 제자를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충북고 교사 한서희(30)씨는 “지난 4월에야 온라인 개학을 하고, 학교에서 드라이브 스루로 시험지를 받아 첫 모의고사를 치렀던 제자들이 1년 내내 말도 못할 고생을 했다”며 “수능 시험 전에 학교에서 가림막을 설치해 시험지가 잘 넘어가는지 연습을 하고, 마스크를 낀 채 모의고사를 보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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