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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감찰위도, 법원도 부당하다는 윤석열 징계위 중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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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와대와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강행할 태세다. 재고하라는 검사들의 성명, 부적절하다는 감찰위원회의 권고, 법원의 제동까지 모두 무시하는 오기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청와대, 법무차관 내정해 징계위 강행 의지 #감찰위 의견, 행정법원 판결도 무시하는 폭주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법무부 차관에 이용구 변호사를 내정했다. 전임 고기영 차관이 지난달 30일 사임하면서 허겁지겁 인사가 이뤄졌다. 이 내정자가 올 4월까지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냈다고 하나 이후 8개월간 변호사로 일했는데 검증이나 제대로 했는지 의문스럽다.

고 전 차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 개최에 반대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표를 던졌다. 사임하지 않았다면 그가 징계위의 위원장 대리를 맡아야 했다. 추 장관은 징계 청구자여서 검사징계법상 징계 심의에 간여할 수 없다. 검사 대부분이 징계 반대 성명에 동참했고, 그나마 일부 검찰 간부는 징계청구 과정에 관여해 기피신청 대상이다. 외부에서 위촉된 위원은 불참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족수를 채울 수 없는 상황에까지 몰리자 급히 친여권 인사를 투입한 것이다.

어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사의를 표했다. 법무부는 부인했지만 징계위원으로 지명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에선 정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 매일 연출되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 추 장관은 징계위를 열어 윤 총장 해임 결정만 내리면 어떻게든 수습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민심을 거스르는 오판이다.

우선 징계 사유에 하자가 많다. 징계 혐의를 만들기 위해 진행된 감찰이 불법과 탈법으로 점철된 사실이 1일 열린 감찰위원회에서 폭로됐다. ‘판사 성향 문건’은 감찰 실무자들도 위법으로 볼 수 없다고 했지만 묵살됐고, 이후 문서는 조작됐다. 추가 혐의를 찾는다며 피의자 이름을 숨긴 채 윤 총장을 입건한 사실도 드러났다.

법원은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효력을 중단시키며 총장 징계에 대한 한계를 분명히 제시했다. 총장에 대한 장관의 지휘·감독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징계도 검찰 독립성과 정치 중립성을 위해 임기를 보장한 취지를 ‘몰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징계위에서) 방어권이 부여되는 등 충분한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를 외면하고 정권에 아부하는 충복 검사 몇 명이 모여 독단적으로 징계를 결정한다면 법원은 인정할 수 없다는 선례를 만든 셈이다.

그래도 윤 총장 징계를 강행한다면 성명을 낸 검사들 모두 사표를 던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동안 검찰 조직을 와해시키는 것이 목적인 듯 행동해온 추 장관과 여권은 이런 사태가 실제로 일어나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때는 검사들이 아닌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법을 무시한 폭주를 여기서 멈추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