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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위해 국민 감염위험 떠미나“ 여행장려 연장 스가의 도박

중앙일보

입력

일본 정부와 여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도 여행 장려 정책인 '고투(Go To) 트래블' 실시 기간을 연장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내수를 살리려 국민을 감염 위험으로 떠민다는 비판 여론도 들끓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달 21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지난달 21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민당 "여행 장려책, 내년 5월까지 연장을" 

1일 마이니치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집권 자민당의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정조회장은 전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에게 “내년 1월 말까지로 계획된 'Go To 트래블' 정책을 4월 말부터 5월 초로 이어지는 황금연휴(골든위크) 때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Go To 트래블에 참여하면 여행 경비의 절반을 지원받거나 1인당 숙박 비용을 최대 2만엔(약 21만 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지난 7월 22일부터 시작돼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따라 일부 지역에 조정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정책의 기본 틀은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자민당은 외식비의 약 25%를 지원하는 외식산업 지원 정책인 ‘Go To 이트(Eat)’ 정책도 연장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Go To 트래블 쿠폰 취급 관련 게시물. [N-Pool]

Go To 트래블 쿠폰 취급 관련 게시물. [N-Pool]

이날 시모무라 회장은 경기 진작을 위해 34조엔(362조원) 규모의 3차 보정(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지난 7~9월 국내총생산(GDP)이 예상치보다 34조엔 적었다는 분석 결과가 근거였다.

스가 총리, 연장안 받아들일 듯 

스가 총리도 당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태세다. 집권당과 내각이 한목소리를 내곤 하는 일본 정치 특성에다 스가 총리 본인이 Go To 정책의 강력한 지지자라는 점에서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난감해하는 일본 지자체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스가 총리가 Go To 정책 중지를 가장 앞서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스가 총리는 지난 11월 30일 참의원 본회의에 출석해 “감염 확대의 주요 원인이 Go To 정책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여행객으로부터 여행지의 종업원 등이 감염됐다는 사례는 보고받은 바가 없다”며 “11월 25일 기준 약 4000만명의 Go To 이용자 중 감염이 확인된 건 197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승부수’이자 ‘도박’이 된 Go To 정책 

Go To 정책에 대한 집착은 정책 실패를 인정해선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다. 내수 진작뿐 아니라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위해 던진 승부수를 되돌렸다간 정권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여당 내에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해당 정책은 아베 정권 때부터 당시 관방장관이던 스가 총리가 추진한 것”이라며 “사업 축소는 총리가 밀어붙인 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된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이 때문에 Go To 얘기만 나오면 스가 내각이 말을 아끼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엔 불리한 사안에 섣불리 대응했다가 자칫 실언이라도 하게 되면 반대 여론이 걷잡을 수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26일 기자단 앞에 선 스가 총리는 다른 사안에 관해 얘기를 풀어놓다가 Go To 정책의 수정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아무 말 없이 관저를 떠났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보도했다. 가토 관방장관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사안에 대한 연이은 질문에 “(Go To) 사업을 어떻게 해 나갈지는 부단히 검토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정부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 

스가 내각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11월 신규 확진자가 4만 7156명으로 이전 기록인 8월 3만1916명을 크게 웃도는 상황과 맞물려서다.

11월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가 내각의 코로나19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 비율은 48%로 지난달 조사 때와 비교해 13%포인트 상승했다. 일부 지역에서 Go To 트래블을 일시 중단한 것과 관련해선 ‘타당하다’는 의견이 61%로 압도적이었고, ‘불충분하다’가 25%, ‘일시 중지해서는 안 된다’가 8%였다.

오미 시게루(왼쪽) 일본 정부 코로나19 분과회 회장이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미 시게루(왼쪽) 일본 정부 코로나19 분과회 회장이 국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안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책 분과회는 11월 25일 '지역 왕래 3주 간 자제' 조치 등을 정부에 권고했지만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오미 시게루(尾身茂) 분과회 회장은 “이만큼 중요한 시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전문가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스가 내각을 비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마이니치신문에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간에 Go To 트래블을 조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며 “정부가 밝히는 시책과 현상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은 “스가 정권이 위기감 없이 무위무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현 상황은 스가 정권에 의한 인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총리 관저의 한 간부는 마이니치신문에 “전문가나 의사는 안전한 쪽으로 가자고 하지만 정치는 어렵다. 야당이 무책임하게 말하듯 그만두는 것은 간단하지만, 정부는 경제와 양립하면서 어떤 대책을 취할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Go To 정책은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선인데 그만두면 영향이 크다“고도 했다. 비판 여론에 정책을 되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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