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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도 카페도 거부했다, 롯데마트로 본 장애인 안내견 수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안내견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이 바뀌었으면…"

롯데마트 서울 잠실점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퍼피 워커(안내견 훈련 자원봉사자)’의 출입 거부 사태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퍼피 워커 들은 1일 "비단 롯데마트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롯데마트는 지난달 30일 "견주님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여 고개 숙여 사과 말씀드린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사태는 또 당초 알려진 것과 사건의 전말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청에 따르면 롯데마트 측은 당초 퍼피워커와 퍼피(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훈련받고 있는 강아지)의 출입을 허용했지만, 고객들의 항의를 받고 퍼피 워커에게 안내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생후 4개월 된 퍼피가 매장 안에서 배변 실수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롯데마트에 과태료 부과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퍼피워커들 "출입 거부는 일상"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경혜림(49)씨가 2019년 3월부터 1년간 돌본 토미가 산책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고 있다. [경씨 인스타그램]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경혜림(49)씨가 2019년 3월부터 1년간 돌본 토미가 산책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고 있다. [경씨 인스타그램]

롯데마트 사태 이후 퍼피 들은 자신들이 겪은 경험담을 털어놨다. 경기 성남시의 경혜림(49)씨는 "퍼피를 데리고 성남에서 시내버스를 타려다 기사에게 제지당한 적이 있다"며 "기사분에게 시각장애인 안내견 훈련 중이라는 설명을 드린 후 탑승은 했지만 승객들이 '차에서 냄새가 난다'고 수군거려 눈치를 봐야 했다"고 말했다. 퍼피를 훈련 중인 자원봉사자 이은희(48)씨도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어갔다가 손님들이 불편해한다는 설명을 듣고 매장에서 나온 적이 있다"고 했다.

퍼피의 다중 시설 출입은 훈련 때문  

퍼피 워커들이 출입 금지를 빈번하게 경험하면서도 퍼피와 함께 다중 시설에 출입하려는 건 훈련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퍼피워킹은 생후 7주~1년 정도의 강아지를 일반 가정에서 위탁해 돌보면서 시각장애인에게 분양되기 전까지 사회화 훈련을 시키는 과정이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퍼피워킹 과정에서 대중교통, 대형마트 등 시각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보고 그곳에 두려움을 떨치는 게 중요하다”며 “퍼피워커에게도 훈련견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퍼피는 시각장애인의 눈이자 동반자"  

하지만 현실은 롯데마트에서 보듯 퍼피와 퍼피워커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그래서 경씨는 휴대전화에 장애인복지법 40조를 저장해 갖고 다닌다고 한다.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나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식품접객업소 등에 출입하려는 때에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경씨는 "‘퍼피워킹’ 중 여러 차례 문제가 생기다 보니 휴대전화를 꺼내 조문을 보여주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롯데마트 사건이 계기가 돼 안내견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걷혔으면 좋겠다”며 “개를 무서워하거나 불편해할 수도 있지만, 안내견과 그 훈련견은 시각장애인의 눈이자 동반자일 수도 있다는 것을 꼭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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