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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매지 않고 붙이는 생체접착제

중앙일보

입력

찢어진 상처를 꿰맨 자국은 태반이 흉터로 남는다. 바늘과 봉합사 자국을 없앨 수 없는 탓이다.

이런 상처를 꿰매지 않고 풀로 붙이듯 하는 차세대 생체 접착제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가능한 흉터를 줄이고 간편하게 상처를 처치하려는 것이다.

그동안 개발된 생체 접착제는 큰 상처에는 사용하기 어렵고, 독성이 있는 등의 단점이 있다. 또 물에 젖어 있거나 습기가 많으면 달라붙지 않아 상처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데 여러가지 제약이 있는 실정이다.

미국 샌타바버라에 있는 캘리포니아대의 INEEL연구소는 홍합의 족사(足絲)를 이루는 물질의 특성을 분석해 접착제로 개발 중이다.

홍합의 발에 해당하는 족사는 물 속에서도 바위나 쇠 등 물질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달라붙는다. 홍합의 발은 분자량이 13만 정도나 되는 고분자.

이 중 족사의 접착력의 비밀을 안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10~30개의 아미노산이다. 이를 인공으로 합성하게 되면 피부뿐 아니라 혈관.창자 등 다양한 외과 수술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 생체 접착제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족사를 모방한 분자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태다.

미국 포칼사와 코히전사는 혈관.장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겔 상태의 실란트를 개발 중이다. 이 재료는 생체 거부 반응이나 독성이 거의 없어 차세대 생체 접착제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혈관이 약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 부위에 이 실란트를 발라 봉합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일종의 혈관용 시멘트인 셈이다. 막힌 혈관의 확장에 사용하는 그물망 형태의 관에도 이 실란트를 바르면 혈액성분이나 찌꺼기가 끼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치과용 접착제의 성능도 급속하게 향상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동근 박사팀은 상한 치아를 갈아내고 인공치아를 덧 씌울 때 바르는 6세대 생체 접착제를 개발 중이다.

이 접착제는 높은 접착 능력을 가지면서 접착 단계를 한 단계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는 2~3단계를 거쳐야 했다.

한박사팀은 지난해 접착성능이 외국제품에 비해 2배 정도 뛰어나고, 접착작업도 두단계로 줄인 5세대 접착제를 국내에서 처음 개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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