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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 학대 손해배상 해야" 롯데마트 사건에 주목받는 판결

중앙일보

입력

롯데마트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 거부 사건을 알린 한 네티즌의 인스타그램. 안내견이 기가 죽은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롯데마트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 거부 사건을 알린 한 네티즌의 인스타그램. 안내견이 기가 죽은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출입을 막아 논란이 된 롯데마트 사건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당시 안내견이 기가 죽어 놀란 얼굴을 한 듯한 사진이다. 한 네티즌이 인스타그램에 짧은 글과 함께 올린 이 사진은 이번 '롯데마트 논란'을 알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사진으로 롯데마트 직원이 당시 안내견을 데리고 온 자원봉사자에게 언성을 높인 사실이 알려지며 강아지가 심리적 학대를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롯데마트는 해당 사건이 기사화 된 뒤 "롯데마트를 내방한 퍼피 워커와 동반고객의 응대 과정에서 견주님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퍼피 워커란 생후 7주 후의 안내견을 위탁받아 약 1년간 사회화 교육을 하는 자원봉사자를 가리키는 용어다.

시각장애인에 대인기피증이 생겼다면…

실제 대법원에선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강제로 철봉에 묶어 학대한 한 피고인에 대해 재물손괴죄로 벌금형을 확정한 선례가 있다. 피고인은 시각 장애인인 피해자가 안내견을 초등학교 운동장에 데리고 오자 "개를 데리고 오지 말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안내견을 15m가량 끌고가 철봉 기둥에 묶은 혐의를 받았다.

현행법상 강아지는 생명이 아닌 물건에 해당돼 재물손괴죄가 적용됐다. 1·2심 법원은 "피고인에 의해 강제로 철봉에 묶인 안내견의 심리적 안정상태가 저하되고 대인기피증이 나타나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서의 기능에 문제가 초래됐다"며 피고인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008년 이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롯데마트의 사과문. [롯데마트]

이번 사건에 대한 롯데마트의 사과문. [롯데마트]

법조계에선 이번 롯데마트 사건에서도 사진에 나온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심리적 내상을 입어 안내견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문제가 생길 경우 이와 같은 재물손괴죄나 손해배상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주영글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효용은 장애인을 안내하는 것에 있다"며 "그 기능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최소 손해배상의 대상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변호사는 "2008년과 달리 동물권과 반려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 그 손해배상 액수도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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