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스님되려고 이혼 후 돌보던 딸 친권 포기,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2020.11.30 15:00

[더,오래] 김성우의 그럴 法한 이야기(18)

Q A는 1999년 결혼해 미성년인 딸 B를 두고 있었다. A 부부는 10년 넘게 혼인생활을 지속하다가 2012년 협의이혼했는데, 이혼하면서 미성년자인 B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은 A가 단독으로 행사하기로 하였다.

A는 혼인생활 동안 줄곧 정신적 방황과 삶에 대한 회의로 갈등을 해 오다가, 이혼하기 1년 전에는 고민 끝에 스님이 되기로 마음먹고 출가해 절에 들어갔다. 이후 A는 절에 머물면서 수행을 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 종단의 출가자 등록자격 요건 중에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종단이 정한 의무 교육을 받기 전까지 미성년 자녀에 대한 친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있었다.

고민하던 A는 결국 B를 돌보고 있던 자신의 어머니에게 부탁해 B에 대한 A의 친권을 상실시켜달라는 청구를 가정법원에 내도록 했다. A는 가정법원으로부터 친권상실 선고를 받을 수 있었을까?

스님이 되기로 마음먹고 출가한 A는 딸 B에 대한 친권을 상실시켜 달라는 청구를 가정법원에 냈다. [사진 pixabay]

스님이 되기로 마음먹고 출가한 A는 딸 B에 대한 친권을 상실시켜 달라는 청구를 가정법원에 냈다. [사진 pixabay]

A 친권은 부모가 미성년자를 보호, 교양하기 위해 가지는 신분상, 재산상의 여러 권리를 포괄해 말하는 것이다. 양육권은 원래 친권에 포함된 것이지만 이혼하는 경우 등에는 친권과 분리될 수 있다. 보통 교육·의료·거소 지정·징계 등 자녀를 실제 곁에 두고 보호하는 사실상의 것은 양육권에 속하고, 법정대리권과 재산에 관한 사항은 친권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친권은 미성년 자녀의 보호와 양육, 재산관리 등을 위해 부모가 가지는 권리인 동시에 의무다. 최근에는 사회인식의 변화와 아동학대의 증가 등으로 친권의 의무로서의 성격이 보다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부모는 친권을 포기할 수 없고 자녀의 복리에 맞도록 친권을 행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친권은 가족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가 함부로 개입할 수는 없지만, 어떤 부모가 친권을 남용해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심하게 해치거나 자녀를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있으면 국가가 개입하여 필요한 조치를 한다. 아동학대죄 등으로 형사적으로 처벌하기도 하고, 그러한 부모의 친권을 아예 상실시키거나 제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부모의 친권이 상실되거나 제한되는 것일까? 우선 친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 친권의 남용에는 자녀 양육이나 재산관리에 관한 권한을 친권 본래의 취지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방법으로 부당하게 행사하거나(적극적 남용), 권한의 행사가 필요한데도 의도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것(소극적 남용)이 포함된다. 적극적 남용의 예로는 신체적·정신적 학대, 자녀에게 범죄나 성매매를 시키는 것, 비정상적으로 가혹한 징계를 가하는 것, 부적당한 거소를 지정하는 것 등이 있다. 소극적 남용의 예로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는 것, 양육이나 치료를 게을리하는 것, 정서적으로 냉대하거나 장기간 방치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가정법원은 B에 대한 A의 친권이 상실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A의 경우 친권을 남용하거나 현저한 비행을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연합뉴스]

가정법원은 B에 대한 A의 친권이 상실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A의 경우 친권을 남용하거나 현저한 비행을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연합뉴스]

다음으로, 친권의 남용으로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어야 한다. 자녀 이름으로 된 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것과 같이 겉으로 보면 친권을 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동기나 목적이 자녀를 위한 것이고 그 결과 또한 자녀에게 이익이 되었다면 친권이 상실되지 않는다.

한편, 아동이나 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피해 아동의 친권자인 경우, 아동학대를 한 사람이 피해 아동의 친권자인 경우 등도 친권이 상실되는데, 그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에게 가해자의 친권 상실을 가정법원에 반드시 청구해야 할 의무를 지우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례로 돌아와, 가정법원은 B에 대한 A의 친권이 상실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첫 번째 이유는 A가 B에 대한 친권을 포기하고 이를 통해 출가자 등록에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였는데, 그러한 주장은 친권이 부모의 의무로서 마음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A의 경우 친권을 남용하거나 현저한 비행을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A가 B를 자신의 어머니에게 맡긴 채 절에 들어가 버린 행위가 아동학대에 해당할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자신을 대신해 B를 양육할 것으로 기대되는 보조양육자인 어머니에게 B를 맡겼고 양육비도 부담하기로 했다. 친권을 상실시킬 정도의 아동학대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A가 불자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향후 B의 복리를 해칠 ‘우려’는 없다고 판단했다. 미성년자의 복리를 해칠 우려는 행위자의 과거 행태나 현재 성향 등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예측되는 우려를 말하는 것이지, A가 장래에 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을 주관적 의사를 표명했다고 해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만일 A와 같은 주관적인 사정에 따른 우려를 친권상실사유로 볼 경우 친권의 포기가 사실상 가능해지는 탈법적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정법원은 A가 불자(佛子)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향후 B의 복리를 해칠 ‘우려’는 없다고 판단했다. [사진 pixabay]

가정법원은 A가 불자(佛子)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향후 B의 복리를 해칠 ‘우려’는 없다고 판단했다. [사진 pixabay]

법원의 판결과 달리, 만일 단독 친권자였던 A의 친권이 상실되었다면 B에 대한 친권은 어떻게 되었을까? 가정법원이 B의 의견과 B의 복리에 대한 여러 사정을 심리한 후, B의 친모를 친권자로 지정하거나, 아니면 친권자를 지정하지 않고 B에 대한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할 수도 있다. 미성년후견인은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정한다. 보통은 친권자가 없게 된 시점에 함께 지내고 있던 조부모, 삼촌이나 이모와 같은 가족으로 정해진다. 사례에서는 A의 어머니, 즉 B의 친할머니가 선정되었을 것이다.

결국 A의 친권은 상실되지 않았다. 이처럼 부모의 친권을 상실하게 하는 것은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조치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이다. 그래서 법원으로서는 아동학대나 성범죄, 악의적인 유기나 방치 등과 같은 명백한 부모의 잘못이 있지 않은 한 부모의 친권을 상실시키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정도가 약하다면 친권의 일시 정지나 일부 제한의 방법도 있다).

부모의 친권을 상실시킬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은, 자녀가 올바로 성장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는데 부모의 친권을 상실시키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필요한 방법인지를 그 자녀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친권자의 주관적인 사정은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는다.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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