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가업승계 미루다 치매 걸리자 자녀들 진흙탕 싸움

중앙일보

입력 2020.10.30 15:00

업데이트 2020.10.30 16:58

[더,오래] 김성우의 그럴 法한 이야기(17)

Q 연평균 매출액 7000억 원가량의 중견기업인 주식회사 갑의 대표이사 A는 1932년생 남자로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있다. A는 2015년경부터 치매 관련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A의 정신적 상태와 병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차남 C가 느닷없이 A의 집에 들어와 살면서 주식회사 갑의 실질적인 대표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A는 계열사 중 일부 주식을 장남 B와 차남 C에게 나누어 물려주었지만, 모기업인 주식회사 갑 등 주요 회사에 대한 후계 구도 정리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장남 B와 딸들은 A에 대한 성년후견재판을 신청하면서 A가 치매로 정상적인 의사소통과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인데, 차남 C가 가족은 물론 회사 직원의 출입과 면접을 막은 채 자의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뿐 아니라 A의 주식과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차남 C는 A가 기억력이 다소 감퇴하였을 뿐 후계자 선택이나 회사 대표이사 직무를 행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C는 아버지의 뜻이라고 하면서 주식회사 갑의 대표이사를 자신으로 선임하는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A 명의로 소집함으로써 분쟁은 본격화했다. 설상가상으로 양측은 서로 A를 모셔야 한다며 A의 신병을 두고 물리적으로 충돌하였고, 쌍방 형사고소를 하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C는 아버지 A의 뜻이라고 하면서 주식회사 갑의 대표이사를 자신으로 선임하는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A 명의로 소집함으로써 분쟁은 본격화했다. [사진 pixabay]

C는 아버지 A의 뜻이라고 하면서 주식회사 갑의 대표이사를 자신으로 선임하는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A 명의로 소집함으로써 분쟁은 본격화했다. [사진 pixabay]

A 성년후견재판에서 첫 번째 쟁점은 A에게 성년후견이 개시될 것인지 여부였다. 그런데 이 문제는 A가 C를 차기 대표이사로 지명할 당시 A가 올바른 정신상태였는지와 관련이 있다 보니, 결국 성년후견재판이 가업승계를 둘러싼 회사 경영권의 향배를 가르는 중요한 분쟁이 되어 버렸다.

이 사건의 결말을 보기 전에 가업승계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가업승계란 기업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경영이 지속되도록 소유권 또는 경영권을 후계자에게 물려주는 것을 말한다. 2019년에 발간된 한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창업자가 CEO인 중견·중소기업 5만여 개 사 CEO가 60세 이상인 잠재적 가업승계 기업은 3분의 1에 달한다. 구체적인 가업 승계 대책이 미리 수립되고 실행되어 있지 않으면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주식 이전이 이루어지지 않아 염두에 두었던 후계자가 회사를 승계받지 못할 수 있고, 사전에 후계자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해 후계자와 기존 임직원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있을 수 있으며, 가업승계시에 부과되는 막대한 세금 때문에 회사의 주요 재산을 헐값에 내놓거나 승계 자체를 포기하여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가업승계의 중요성을 미리 깨닫고 이를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다. 가업승계 과정에서 많은 분쟁이 일어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업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분쟁은 상속재산이나 세금과 관련된 분쟁이다. 그 밖에도 회사의 의사결정과 관련된 분쟁, 주식과 관련된 분쟁, 기업구조조정과 M&A와 관련된 분쟁도 적지 않다. 사례와 같이 오너의 건강상태 특히 정신건강과 관련된 리스크는 가업승계 분쟁의 새로운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가업승계 분쟁에서 오너에 대한 후견이 개시되기 전 오너의 정신적 제약 상태를 이용해 그 의사를 왜곡하거나 학습된 의사를 진정한 의사로 둔갑시켜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시도가 나타난다. 사례와 같이 오너의 의사라는 명목으로 일부 상속인이나 회사 직원과 같은 제3자가 경영권·주식·재산 등을 무단으로 처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후견재판 과정에서는 후견 개시가 필요한지, 누가 후견인이 될 것인지를 놓고 대립한다. 후견이 개시된 후에도, 오너가 보유한 주주권의 행사 방법, 증여나 유언 여부, 거주지나 치료 방법 선택 등에 관해 다투기도 하고, 피후견인 가족들이 후견인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후견인이 사무처리를 피후견인인 오너의 의사와 권익을 존중하지 않는 편향된 방향으로 할 수도 있다.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가업 승계를 완료해 두거나 후계자와 승계 방법, 절차 등을 미리 확정해 공표함으로써 미연에 다툼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사진 pxhere]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가업 승계를 완료해 두거나 후계자와 승계 방법, 절차 등을 미리 확정해 공표함으로써 미연에 다툼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사진 pxhere]

사례에서는 A가 과연 정상적인 정신상태에 있는지, 회사를 경영하거나 후계를 지정할 만한 능력이 남아 있는지, 누가 후견인이 될 것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다투었고, 결국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 끝에 A에게 성년후견이 개시되었다. 성년후견이 개시된 후에도 C의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된 이사회 및 주주총회 결의에 대한 소송, A의 주식 처분행위가 유효한지에 관한 소송이 지리하게 계속되고 있으며, A의 주거지 선택부터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사사건건 양쪽 가족들의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다툼은 A가 사망한 후에는 상속재산분쟁으로 이어질 것이 틀림없다.

이러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가업 승계를 완료해 두거나 후계자와 승계 방법, 절차 등을 미리 확정해 공표함으로써 미연에 다툼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오너의 정신적 제약에 대비해 임의후견인을 선정하는 후견계약이나 특정인에게 대리권을 수여하는 위임계약 등을 미리 체결해 둘 필요가 있다.

몇 년 전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대기업 명예회장의 성년후견과 유사한 사건은 지금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틀림없다. 오늘날의 가업승계는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과 장인정신의 계승, 고용시장의 안정과 같이 중요 사안을 동반하는 만큼 오너 리스크로서의 성년후견 관련 이슈에 주목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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