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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않는 젊은이, 물건 남 주는 노인···이러면 극단선택 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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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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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이하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외모 관리에 무관심해지고, 65세 이상 노인은 아끼는 물건을 나줘주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66명 자살사망자 유족 심리부검 했더니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최근 5년(2015∼2019년)간 자살 사망자 566명의 유족 683명을 심층 면답하는 심리 부검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심리 부검은 유족의 진술이나 관련 기록을 분석해 자살 사망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어떤 패턴을 보였는지 살펴보고 자살 원인을 추정하는 과정이다.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나 경찰 등을 통해 심리 부검 의뢰를 접수했거나 면답을 신청을 유족을 조사했다.

자살자 566명 중 529명(93.5%)은 사망 전 언어·행동·정서적 경고 신호를 주변에 보냈다. 죄책감이나 무력감 등의 감정 변화,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많이 자는 식의 변화를 보였다.

연령에 따라 경고 신호가 조금씩 달랐다.
34세 이하는 외모 관리에 무관심해졌다. 35∼49세는 주변에 용서를 구하며 인간관계 개선에 나서거나 반대로 사람을 아예 만나지 않는 대인기피 양상이 나타났다. 50∼64세는 갑자기 식사량이 줄거나 많아져 급격한 체중 변화가 나타났다. 65세 이상은 아끼던 물건을 주변에 나눠줬다.

이러한 경고 신호는 대부분 사망 3개월 이내, 사망 시점에 가까워졌을 때 빈도가 잦아졌다. 특히 자살 사망자 10명 중 9명(91.2%)은 사망 석달 전에 주변을 정리했으며, 사망 1주일 전에 이러한 경고 신호를 보낸 경우도 절반 가까이(47.8%) 됐다.

하지만 이런 경고 신호가 나타났는데도 119명(22.5%)만이 주변에서 인지했다. 또 35.2%는 사망 전 이미 1차례 이상 자살을 시도했다.

자살 위험을 높이는 스트레스 요인도 달랐다.

20대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 친밀한 대인관계의 갈등이 우울장애나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졌다. 30대는 구직이나 취직 후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에다 경제난, 대인관계 문제가 가중됐다. 40대 남성은 사업 실패 등으로 경제적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인관계, 직업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여성은 사회적 관계 단절로 인해 정서적 공백을 겪으면서 정신건강이 악화했다. 50대는 갱년기와 맞물린 여성의 우울장애가 가족 간 갈등이나 경제적 어려움과 겹치면서 악화했다. 60대는 가족, 직업, 경제, 건강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70대 이상에서는 신체 질환으로 인한 고통이나 외로움이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도 자살 위험군으로 드러났다. 자살로 사망한 이들의 가족 중 부모나 형제·자매, 자녀 등이 자살을 시도했거나, 실제 목숨을 끊은 경우는 45.8%나 됐다. 또 유족의 68%가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를 받았다.

중간 정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보이는 유족도 62.2%나 된다. 유족 71.2%는 주변 인식이나 유족을 향한 비난을 우려해 자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답했다.

염민섭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자살까지 이르는 길목을 차단할 수 있도록 촘촘한 자살 예방대책을 추진할 것"이며 "갑작스러운 사별로 어려움을 겪는 자살 유족을 돕기 위한 지원 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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