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면서 “우리 (한ㆍ중) 양국이 경제협력과 함께 인적ㆍ문화적 교류협력을 더 강화해나가면서도 전략적 협력ㆍ동반자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발전시켜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부터 57분간 이뤄진 접견에서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양국간 다양한 교류가 계속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왕 부장은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님께서는 대통령님과의 우정, 상호신뢰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특별히 구두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하셨다”며 시 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시 주석은 구두 메시지에서 “올해 들어 문 대통령님과 여러 차례 통화하고 서신을 주고받으며 깊이 소통하고 중요한 합의를 이뤘다”며 “특히 코로나19 방역협력과 양국 교류협력에서 세계를 선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국빈방문 초청에 감사하고 여건이 허락될 때 방한하고자 한다”고 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한국에서 만나 뵙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앞서 왕 부장은 이날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여건이 성숙되자마자 (시 주석의) 방문은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여건’의 의미를 취재진이 묻자 쓰고 있던 마스크를 가리키며 “지금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런 것들이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코로나가 약해지기 전까지는 시 주석 방한이 쉽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날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수는 583명을 기록했다. 다만 왕 부장은 “꼭 코로나가 끝난 뒤라고 볼 수는 없고, 중요한 것은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라며 “무엇이 완전히 통제된 것인지는 양측이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접견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과정에서 중국이 보여준 건설적 역할과 협력에 감사 인사를 표한다”며 “정부는 중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와 함께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완전한 비핵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 측의 계속적인 협력을 당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제안한 동북아 방역ㆍ보건 협력체의 조속한 출범”을 언급했다. 이는 지난 9월 22일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것으로 북한과 한ㆍ중ㆍ일, 몽골이 참여하는 국제 방역 협력체를 뜻한다.
왕 부장은 이에 “남북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남북관계 발전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청와대가 공개한 접견 결과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로 야기된 중국의 경제 보복과 관련된 대화는 없었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명분으로 한한령(限韓令)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동북아시아 협력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인사말에서 “강 장관과의 회담에서 10가지 공감대를 이뤘다”며 공감대를 이룬 지점은 “양측의 협력, 지역이슈”라고 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의 외교노선 변화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그는 이날 오전 취재진과 만나 “미국만 이 세계에서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 유럽, 중동도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와 유동적 지역ㆍ국제 정세 속에서 한ㆍ중ㆍ일 3국 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제9차 한ㆍ중ㆍ일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정상회의의 조속한 개최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주도했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해서는 “참여국 간의 적극적 노력을 통해 15일 공식 서명이 이뤄졌다”며 “지역을 넘어 전 세계 다자주의 회복과 자유무역질서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