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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암 치료효과 젊은이 못잖다

중앙일보

입력

노인인구 증가와 더불어 노인 암환자는 나날이 증가하지만 제대로 된 암치료를 못받는 경우가 많다.

미국 노스 쇼어(North Shore)대학병원 종양내과 스튜어트 리치먼 교수는 "미국에서도 65세 이상 노인 70%가 암으로 사망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환자는 세명에 한명꼴"이라고 밝힌다.

즉 노인 암환자 세명 중 두명은 치료를 제대로 못받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판단된다.

통상 암은 세포의 돌연변이로 생긴다. 따라서 돌연변이 횟수가 축적되는 중.노년층에서 발생률이 당연히 높다. 중년기는 아직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때라 건강검진도 많이 하고 암 진단시 치료도 적극적으로 한다.

반면 노인 환자에 대해선 여명(餘命)이 짧고 치료과정이 힘들다는 생각에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국립암센터 종양내과 박영석 과장은 "'어차피 돌아가실 나이에 생긴 병이라 치료하면 고생만 시켜드린다'는 보호자와 환자 자신의 자신감 상실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 노인 암 환자의 치료효과는 실제로 어떨까? 리치먼 교수는 "특별한 지병없이 건강한 노인은 암 치료시 87%가 젊고 건장한 사람 못지 않게 좋은 효과를 본다"고 강조한다. 즉 정정한 노인이라면 수술이건 항암치료건 필요한 치료를 받으면 된다.

고혈압.당뇨병.심장병 등 지병이 있는 노인환자는 개개인의 상태에 따른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경희대의대 종양내과 김시형 교수는 "환자의 전신상태,현재 가지고 있는 질병, 집안의 평균수명 등을 꼼꼼히 고려해 치료방법을 선택한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심장이 나쁜 노인은 심장에 나쁜 항암제를 사용할 수 없고 골수회복 기능이 떨어져 있을 땐 항암치료시 조혈세포 촉진인자를 투여해야 한다. 즉 지병이 있는 노인 암환자라도 적절한 치료법이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 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종양내과 홍영선 교수는 "특히 75세 이후 고령 암환자에 생긴 암은 노화되고 세포분열이 활발하지 않은 세포에서 자라야 하기 때문에 암 진행이 더디기도 해 효과와 부작용이 모두 적은 치료가 필요하다"고 들려준다.

91세 때 악성 림프종 진단을 받은 K씨(남). 젊은 환자보다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치료기간을 늘리는 등의 항암 치료로 암을 뿌리 뽑지는 못해도 암 세포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하며 2년이상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다.

홍교수는 "암과 더불어 사는 치료를 받는 셈"이라며 "여명이 짧다고 생각되는 노인 암환자는 완치를 위한 적극적 치료보다 통증 등 암으로 인한 불편한 증상을 제거해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완화(緩和)의학'적 치료가 요청되는 것이다.

노인 연령층이 암 조기발견을 위한 정기 검진을 소홀히 하는 것도 문제다. 홍교수는 "노인은 병이 들어도 증상이 잘 안나타나는 게 특징"이라고 말한다.

노인 암환자가 몸에 불편함을 느껴 병원을 찾을 땐 대부분 말기일 때가 많아 암 치료가 어렵고 사망률이 높아지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노인들의 암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중년기부터 권장되는 정기 검진을 노년에도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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