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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백기 든 구글...'수수료 30%인상 연기' 끌어낸 세가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구글이 내년 1월 신규 출시 앱(애플리케이션)부터 적용하려던 '인앱결제 강제 및 수수료 30% 인상' 계획을 같은 해 9월 말로 연기하기로 했다. 구글의 자사결제시스템 강제 방침에 국내 여론이 비판적인 데다, 애플이 지난 18일 '중소 규모 개발사에는 수수료를 현재(30%)의 반값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영향이 크다. 국회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등 구글을 압박하자 적용 시점을 일단 늦춘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23일 자사 개발자 블로그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구글의 앱마켓(플레이 스토어)에 앱을 출시한 개발사들은 당분간 현행 결제 시스템을 그대로 쓸 수 있다. 수수료도 현행대로 유지된다.

앞서 구글은 지난 9월 플레이스토어에서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고, 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게임 앱에만 적용 중인 인앱결제 정책을 웹툰 등 디지털 재화를 판매하는 모든 앱에 확대 적용키로 한 것이다. 새로 출시하는 앱은 내년 1월 20일부터, 기존 앱들은 내년 9월말부터 인앱결제가 강제 적용될 예정이었다.

구글이 내년 1월 신규 출시하는 앱(애플리케이션)부터 적용하기로 한 '수수료 30%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같은 해 9월말로 전격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셔터스톡]

구글이 내년 1월 신규 출시하는 앱(애플리케이션)부터 적용하기로 한 '수수료 30%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같은 해 9월말로 전격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셔터스톡]

①구글 타깃 법안까지 등장…국회의 압박  

그러나 구글의 이 같은 정책은 발표 당시부터 국내 IT 업계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다. 수수료가 30%에 이르는 인앱결제를 구글이 강제하면 매출이 적은 중소개발사들이 타격을 입게 되고, 소비자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단 이유에서다. 구글 역시 이런 비판을 의식해 "한국의 디지털 콘텐트 앱 생태계를 지원하겠다"며 내년 1년간 1억 달러(약 1100억원)를 한국에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구글이 지난해 플레이스토어에서 벌어들인 매출(1조4000억원)을 감안하면 '여론 달래기용' 방안이란 지적이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구글의 정책을 저지할 법 개정에 나서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한국웹소설산업협회 등 단체들이 성명서·토론회를 연거푸 개최했하며 구글을 압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가 국정감사 때부터 구글코리아 측에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1월에 시행하는 것은 너무 급박하다'고 지적했다"며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구글에 '양보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적극 종용하면서 이번 정책 연기 결정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②"수수료 반값으로 인하"…애플 발표

구글과 함께 전 세계 앱마켓을 과점한 애플의 기습도 구글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애플은 지난 18일 중소개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현행 30%에서 15%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중소개발사 부담을 고려해 수수료를 되려 낮춘다는데 구글만 수수료 장사를 한다는 비난이 거세졌다.

③구글이 만든 전문가 포럼서도 "인앱결제 미뤄라"

구글 측이 여론 수렴을 위해 외부 전문가들로 꾸린 '앱 생태계 상생 포럼'도 역할을 했다. 장대익 서울대 교수를 의장으로 하는 이 포럼에는 학계·법조계·미디어 관련 전문가 10여 명이 참여한다. 이달초 발족한 앱 생태계 포럼이 지난 20일 개최한 첫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개발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인앱결제 적용 시점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30% 수수료 인앱결제' 정책을 강제로 밀어붙여 비난받던 구글이 정책 시행을 내년 9월말로 전격 연기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이번 정책 연기는 국내에만 해당된다. 구글코리아 측은 이같은 내용을 구글 개발자 블로그에서도 발표했다. [구글코리아]

'30% 수수료 인앱결제' 정책을 강제로 밀어붙여 비난받던 구글이 정책 시행을 내년 9월말로 전격 연기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이번 정책 연기는 국내에만 해당된다. 구글코리아 측은 이같은 내용을 구글 개발자 블로그에서도 발표했다. [구글코리아]

이날 구글코리아 측은 "한국에선 인앱결제 정책 시행을 연기하지만, 그 외 다른 지역에서는 당초 발표한 대로 1월 20일부터 인앱결제가 적용된다"고 했다. 구글은 앞서 9월 인도에서도 인앱결제 의무화 시점을 2022년 3월 말로 늦춘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인도 정부의 통합결제 인터페이스(UPI)를 적용하기 위해서라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구글이 일단 한발 물러섰지만 국회·한국 IT 업계와 구글 간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앱결제 강제 방지 법안을 추진하던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법안과 수수료 인하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23일 구글의 발표 이후 성명을 내고 "구글은 애플에 버금가는 수수료 인하 정책을 통해 국내 건강한 앱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선영·정원엽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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