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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정명훈빠 였다” 지휘봉 든 피아니스트 김선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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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휘자로 데뷔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기회가 되는대로 지휘하겠다“고 했다. [사진 빈체로]

지휘자로 데뷔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기회가 되는대로 지휘하겠다“고 했다. [사진 빈체로]

피아니스트 김선욱(32)이 지휘자로 데뷔한다. 다음 달 14일 오후 8시 KBS 오케스트라 무대(롯데콘서트홀)다.

내달 14일 오케스트라 지휘자 데뷔 #“정말 중요한 무대, 잠이 안 올 정도 #한눈파는 것 아냐 기회만 되면 할 것”

2006년 18세에 영국 리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언젠가 지휘자가 될 것”이라며 꿈을 밝힌 뒤 2010년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3년간 지휘를 전공한 그다. 1부에서 베토벤 협주곡 2번으로 피아노와 지휘를 함께 하는 김선욱은 2부에서 본격적인 지휘자로 나선다. 연주곡은 브람스 교향곡 2번. 4악장 규모로 연주 시간 40여분에 이르는, 독일 교향곡의 계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이다.

20일 전화 인터뷰에서 김선욱은 “나에게 정말 중요한 무대다. 첫 단추고, 첫발이다”라고 했다. “피아노 연주와는 달리, 이번 지휘 공연을 앞두고는 잠이 안 올 정도로 걱정이 된다.” 공연을 위해 입국해 자가격리 중인 그는 “2015년에 영국 본머스 심포니와 깜짝 앙코르를 지휘한 적은 있지만 실제 무대 오케스트라 지휘는 처음”이라고 했다.

지휘자 데뷔가 예상보다 늦다.
“영국에서 지휘 공부를 정말 힘들게 했다. 멘델스존 교향곡의 오케스트라 악보는 한 번에 훑으면서 피아노로 칠 수 있어야 했다. 끝나고 집에 오면 그때부터 피아노 연습을 했다. 하루가 총알처럼 지나갔던 시절이었다. 졸업하고 ‘드디어 피아노 연습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었다.”
피아노와 비교해 어떤 점이 어려운가.
“악기 연주는 객관성이 있다. 노력한 만큼 결과와 보상이 예상 가능한 선에서 흘러간다. 하지만 지휘는 첫 리허설, 즉 오케스트라를 직접 만나보기 전까지 모른다. 내가 원하는 소리와 흐름을 구상해 놓지만 그걸 구현하는 건 오케스트라여서다. 두렵고 떨린다.”
미뤄오던 지휘를 하게 된 계기는.
“30대 때가 도전하고 만약 실패해도 그게 자양분이 되는 마지막 시기라고 생각하게 됐다. 피아니스트로서 확실한 음악관이 생겼고, 효과적으로 에너지를 분산해 연습하고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지휘가 ‘한눈파는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를 꿈꾸게 된 때는.
“지휘자 정명훈 ‘빠’였다. 열 두살 때인 2000년 1월 1일 0시 서울 예술의전당에 있었는데, 베토벤 ‘합창’ 교향곡의 사운드가 가슴 속 불덩이를 활활 타오르게 하는 것 같았다. 중학교 이후 피아노 악보보다 오케스트라곡 총보를 더 샀다. 피아노는 음악을 표현하는 도구다. 나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인데 ‘피아노 치는 사람’이란 말을 들으면 서운했다. 피아노와 지휘의 범주 구분은 불필요하다.”
앞으로 지휘 계획은.
“기회만 생기면 하려고 한다. 협연하러 가서도 지휘도 해보겠다고 제안한다. 지휘해보고 싶은 곡이 정말 많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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