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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한테 난치병 찾아오면 어떡하나

중앙일보

입력

제대혈(臍帶血)보관 서비스를 찾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제대혈은 탯줄과 태반에서 추출한 혈액이다.

조혈모세포(골수 등 혈액을 만드는 세포)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자녀가 장래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렸을 때 골수이식을 대신해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제대혈 보관 서비스 업체인 메디포스트의 경우 지난 10월 한달 동안에만 2천여명이 보관 계약을 했다.

히스토스템.라이프코드.셀론텍 등 다른 업체까지 합치면 매달 3천여명이 보관을 신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달 국내 신생아가 4만명 정도임을 감안할 때 출생아의 5%가 제대혈을 보관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강남의 이름 난 산부인과에선 신청률이 20%에 달하기도 한다.

◇왜 제대혈인가

제대혈 보관 서비스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기증자가 적은 골수이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백혈병 환자 3명 중 2명이 자신에게 맞는 골수를 찾지 못해 사망한다.

그러나 제대혈은 6개의 조직 적합성 항원 형태가 모두 일치해야 하는 골수이식과 달리 4개만 일치해도 되며 이식 후 거부반응도 적은 것이 장점이다.

백혈병과 재생불량성 빈혈, 악성 림프종이나 항암제로 골수가 파괴된 유방암 환자 등의 치료에 이용된다.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술은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5천여건이 시술됐다. 우리나라에서도 1996년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시술을 필두로 여의도 성모병원 등에서 지금까지 50여명에게 시술됐다. 성공률은 기존 골수이식술과 비슷한 70~80% 정도.

◇어떻게 보관하나

분만 전에 보관업체에 미리 신청해야 한다. 분만 직후 탯줄과 태반에서 1백㏄ 정도의 혈액을 추출한 뒤 매독이나 에이즈 등 질환에 감염됐는지 검사한다.

이상이 없는 경우 영하 1백96도의 액화질소 탱크에 보관한다. 보관 기간은 업체마다 다르며 대개 10년~15년이고 77만원~1백30만원이 든다.

돈을 내지 않는 무상 보관 서비스도 있다. 이 경우 제대혈 은행에 기증되며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문제점은 없나

제대혈에서 얻을 수 있는 조혈모세포의 양이 적어 체중이 무거운 성인에게는 이식이 어려운 것이 흠이다. 대개 한개의 탯줄과 태반에서 추출해낼 수 있는 조혈모세포는 25㏄ 정도며 이는 체중 50㎏ 이내의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다.

백혈병 등 제한된 난치병에만 쓸모가 있다는 것도 단점이다. 출생 15년 이내에 백혈병 등 암이 생겨 태반과 탯줄이 필요할 확률은 대략 6백40분의 1 정도다.

비용도 많이 든다. 1백만원을 웃도는 보관 비용 외에 자녀에게 백혈병 등이 생겨 조혈모세포 이식술을 시행하려면 따로 4천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술은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어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올해 6월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국제 제대혈 이식학회에서 발표된 미국 뉴욕 제대혈은행의 조혈모세포 이식 성공률은 89%.

기존 골수이식술보다 높다. 이식이 가능한 체중도 나날이 늘어 최고 1백16㎏의 환자에게까지 이식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등에선 제대혈 이식을 받는 성인 환자가 어린이 환자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치료 대상 질환도 치매나 골다공증, 당뇨병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제대혈에서 각종 장기(臟器)의 세포들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장래 이들 질환까지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누가 보관해야 하나

집안에 암이 많거나 유전 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태어나는 아기의 제대혈을 보관하는 것이 좋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도 보관해서 나쁠 게 없다.

제대혈 보관은 자녀를 위한 일종의 생명보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산모가 제대혈 보관을 서둘러야 할 필요는 없다. 현재 제대혈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 백혈병 등으로 제한적인데다가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

따라서 비용을 들여 사적으로 보관하는 것보다 태반과 탯줄의 무상 기증을 통해 제대혈 은행을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꼭 자신의 것이 아니더라도 은행에 기증한 다른 사람의 제대혈 가운데 자신에게 거부반응이 없는 제대혈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움말 주신 분=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정익주 전남대 의대 내과 교수, 구홍회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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