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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전보다 스트레스 더 많아"

중앙일보

입력

외환 위기를 겪은 뒤 직장인들의 생활은 어떻게 변했을까. 기업들은 어떤 경영전략으로 앞날을 준비하고 있을까.

중앙일보와 현대경제연구원은 공동으로 외환위기 발생 5주년을 앞두고 지난 10월 한달간 1백대 대기업의 대리.과장.부장.임원 등 4백36명을 대상으로 외환위기 이후 직장 생활 행태 변화를 조사했다.

직장인들은 외환 위기 이전에 비해 업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있었고, 업무 강도도 더 높아졌다고 답했다. 동료들간의 경쟁과 엄격해진 업무 평가로 인해 일하는 환경이 더 빡빡해졌다는 응답이 많았다.

또 대기업 기획실장(또는 구조조정본부장) 47명에게 물어봤더니, 기업들은 덩치(매출액)보다는 순이익과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수정한 덕분에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수익성과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답했다.

◇직장 충성도 더 약해져='평생 직장은 사라졌다. 경력 관리를 잘 해 기회가 오면 떠난다.' 외환 위기를 겪은 뒤 직장인들의 생각이 변하고 있다.

응답자 열명 중 약 여덟명(79.1%)은 '평생직장이라는 생각이 사라졌다'고 응답했다. 업종별로는 인수.합병의 회오리 바람이 몰아쳤던 금융업에서 83.9%가 평생 직장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전직 희망자도 급증했다. '향후 5년내 현재 직장에서 다른 직장으로 전직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45.4%)이 '절대로 옮기지 않겠다'보다 세 배 이상 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가장 많았고, 연령별로는 30대가 가장 높았다.

회사를 떠난 동료들이 많아지면서 업무량도 과중해졌다. '30%이상 업무가 증가했다'는 응답이 41.9%에 달했고, '약간 늘었다'는 대답도 41.9%여서 전체 직장인의 80% 이상이 업무가 많아졌다고 답했다.

직장에서 감원당할 우려에 대한 불안감도 더 커졌다.'외환위기 전보다 불안정해졌다'는 응답이 약 두명 중 한명 꼴이었다. 50대는 5명중 3명이 '불안하다'고 답했다.

'나아졌다'는 긍정적인 응답은 36.5%였다. '하루 평균 30분 이상 자기계발에 투자한다'는 직장인이 45.9%였다. 이 때문에 술자리를 줄였다는 응답이 58.9%였다. 팀단위 회식 건수(1.3회)도 외환위기 이전 2.2회의 절반 가까이로 감소했다. 회사 생활이 그만큼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직장내 인간관계는 실무적이고 이기적인 관계로 바뀌었다. '동료 관계가 더 실무적.이기적으로 변했다'라는 대답이 63.6%에 달했다.

'직장 동료끼리 서로 아끼는 분위기'는 7.2%에 불과했다. 임원 승진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부장급에서 가장 실무적.이기적으로 살고 있다고 답했다.

이밖에 한달 용돈은 전체의 67%가 21만~50만원을 쓰고 있고, 평균은 39만원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 저축액은 31만~1백만원 사이가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박사는 "외환위기 이후 직장 생활 여건은 물질보다 정신적으로 매우 열악해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기업 체질은 더욱 튼튼해져=기업 경영전략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매출 증대에서 수익성 위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전에는 경영목표 1순위가 매출 증대(74.5%)였고 그 다음은 수익성 개선(17.0%), 사업 다각화(10.9%)였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수익성 개선을 우선시하는 기업이 대다수(93.8%)였다. 기업의 살림 살이도 크게 호전됐다. 외환 위기 직전보다 수익성이 20% 이상 증가한 기업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은행권에서 돈을 꾸기보다는 채권이나 주식 시장 등에서 직접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외환 위기 이전에는 '차입 비중 61~80%인 기업'이 전체의 26.3%로 가장 많았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차입비중 20% 이하인 기업'이 43.2%로 증가했다. 생산성과 매출액도 크게 증가했다. '노동 생산성이 20% 이상 증가했다'는 응답이 58.5%였고, '10~20% 증가'도 22.0%나 됐다.

'생산성이 그대로다'는 응답은 9.8%에 그쳤다. 정기 채용(6.4%)보다 수시 채용(93.6%)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특히 유통업은 1백% 수시 채용을 하고 있었다. 연봉제 등의 도입으로 정규직을 채용하기보다 임시직을 뽑는(58.7%) 기업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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