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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둥이 키우는 부모 10명 중 1명, 병원비만 매년 1000만원 쓴다

중앙일보

입력

이른둥이를 키우는 부모 10명 가운데 1명은 아이를 치료하기 위한 병원비로만 매년 1000만원 넘게 지출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제공 pxhere

이른둥이를 키우는 부모 10명 가운데 1명은 아이를 치료하기 위한 병원비로만 매년 1000만원 넘게 지출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제공 pxhere

이른둥이를 키우는 부모 10명 중 1명은 아이를 치료하기 위한 병원비로만 매년 1000만원 넘게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신생아학회는 19일 ‘이른둥이 양육 및 치료 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8~10월 이른둥이 부모 41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른둥이는 임신 기간(최종 월경일 기준) 37주 미만에 태어난 신생아를 뜻한다. 출생 시 몸무게가 2.5kg 이하거나 임신 기간 37주 미만에 출생하는 아기를 통틀어 ‘미숙아’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글 이름인 ‘이른둥이’로 순화해 부르기로 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른둥이 자녀를 키우는 부모 10명 중 1명(10.2%)은 연평균 의료비가 1000만 원을 넘는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51.3%)은 연평균 의료비가 100만원 이상이라고 했다. 의료비는 이른둥이 가구의 지출 가운데 36.5%로 식비(41.7%)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여러 장기가 미숙한 상태로 태어난 이른둥이는 퇴원 이후 응급실에 가거나 다시 입원하는 경우가 40.5%에 달했다. 입원 이유는 호흡기 감염(45.7%)이 가장 많았고, 수술(16.4%), 기타 감염(10.3%) 순이었다. 이른둥이가 감염됐던 바이러스는 모세기관지염 및 폐렴을 유발하는 RS바이러스가 25.7%,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22.4%, 로타바이러스 11.4% 등으로 주로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였다.

이른둥이가 감염됐던 바이러스는 모세기관지염 및 폐렴을 유발하는 RS바이러스가 25.7%,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22.4%, 로타바이러스 11.4% 등으로 주로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였다. 제공 대한신상아협회

이른둥이가 감염됐던 바이러스는 모세기관지염 및 폐렴을 유발하는 RS바이러스가 25.7%,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22.4%, 로타바이러스 11.4% 등으로 주로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였다. 제공 대한신상아협회

이처럼 RS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이 높았지만, 예방접종 경험은 55.2%에 그쳤다. 접종률이 낮은 이유는 손위 형제자매가 없는 다태아(쌍둥이)나 외동인 이른둥이는 본인 부담으로 예방 접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이른둥이 다태아 비중은 27.1%였으며, 손위 형제자매가 없는 경우가 71.8%에 달했다.

현재 RS 바이러스 예방접종 시 건강보험급여 지원 대상은 ▶생후 24개월 미만 기관지폐이형성증이나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소아 ▶32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중 1~3월, 10~12월(RSV 유행 계절)에 생후 6개월 이하 ▶RSV 계절에 출생해 손위 형제자매가 있는 36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등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가운데 89.4%는 “다태아와 외동을 포함한 모든 이른둥이에게 보험급여 혜택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둥이 자녀는 발달 지연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다. 올해 실시한 이른둥이 언어발달 지연 관련 조사 결과 검사를 받은 이른둥이의 25%는 언어치료가 필요했다. 다만 언어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실제 치료를 한 비율을 46.3%뿐이었다. 이른둥이 자녀의 발달 지연을 개선하기 위해 재활치료를 받은 경우는 23.6%에 불과했다.

자녀에게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전문시설은 있으나 대기가 너무 길어서(29.4%), 인근에 전문 시설이 없어서(20.6%),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20.6%), 비싼 치료 비용(23.5%) 등 순이었다. 제공 대한신생아협회

자녀에게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전문시설은 있으나 대기가 너무 길어서(29.4%), 인근에 전문 시설이 없어서(20.6%),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20.6%), 비싼 치료 비용(23.5%) 등 순이었다. 제공 대한신생아협회

자녀에게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전문시설은 있으나 대기가 너무 길어서(29.4%), 인근에 전문 시설이 없어서(20.6%),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20.6%), 비싼 치료 비용(23.5%) 등의 순으로 답했다.

이른둥이 자녀를 둔 부모는 양육에서 어려운 점으로 양육정보 부족(39.5%), 양육 인력의 부족(22.7%)을 꼽았다. 경제적 부담, 주변의 시선과 편견이라는 응답도 각각 21.4%, 11.6%를 차지했다.

이른둥이를 키우는 부모 10명 가운데 1명은 아이를 치료하기 위한 병원비로만 매년 1000만원 넘게 지출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앙포토

이른둥이를 키우는 부모 10명 가운데 1명은 아이를 치료하기 위한 병원비로만 매년 1000만원 넘게 지출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앙포토

이른둥이 출산은 이후 자녀계획에도 영향을 미쳤다. 59.1%의 부모는 “더는 자녀를 낳지 않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유는 향후 태어날 아기가 또 이른둥이일까 봐 걱정된다(30.6%), 태어난 이른둥이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23.1%) 등이었다. 출산율 제고 측면에서도 이른둥이를 건강하게 잘 키우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창렬 대한신생아학회 회장은 “출생아는 매년 줄어드는 반면, 전체 출생아 가운데 이른둥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이른둥이는 출생 이후 2~3년간의 집중적인 케어가 매우 중요하고, 발달 등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만삭아보다 더 높으므로 이른둥이들의 재활치료 어려움 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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