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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강했다, 코스피 상장사 순익 45%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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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매출은 조금 줄었지만 순이익은 40% 넘게 증가했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지난 3분기(7~9월) 실적을 한국거래소가 분석한 결과다. 순이익만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을 고려하면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다.

매출 2.5% 줄어도 영업익 28% 증가 #삼성전자 빼고도 순익 42% 늘어 #음식료·통신·전자·유통 장사 짭짤 #코로나 재확산이 4분기 실적 변수

3분기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3분기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국거래소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12월 결산법인 590곳의 3분기 실적(연결재무제표 기준)을 분석한 결과를 18일 내놨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503조647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다. 반면 3분기 영업이익은 36조447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5조6285억원으로 44.5% 늘었다.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3분기에 7.25%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5.54%)보다 1.71%포인트 높아졌다. 1년 전에는 1만원어치를 팔았을 때 554원을 벌었지만 지난 3분기에는 725원을 남겼다는 뜻이다.

코스피 상장사 3분기 실적 회복.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스피 상장사 3분기 실적 회복.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반도체 등 주요 수출 품목이 코로나19의 충격을 딛고 회복세로 돌아선 게 주요 기업의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 주역은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의 3분기 순이익은 9조360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9% 증가했다. 상장사 실적 개선이 전적으로 삼성전자에 의존한 것은 아니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1년 전보다 각각 15.7%와 42.1% 증가했다. 한국거래소가 분류한 17개 업종 중 14개에서 순이익이 늘었다.

음식료 업종의 3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85.5%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외식 대신 집에서 밥을 먹는 ‘집밥족’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통신(74.2%)과 전기·전자(61.4%), 유통(27.1%) 등의 순이익 증가 폭도 컸다. 항공사를 포함한 운수·창고 업종도 3분기에 흑자(775억원)로 돌아섰다. 반면 자동차를 포함한 운수장비(-21.9%)와 건설(-23%)에선 1년 전보다 순이익이 줄었다.

3분기에는 상장사 네 곳 중 세 곳꼴(74.9%)로 흑자를 냈다.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기업(60곳)보다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기업(91곳)이 더 많았다. 롯데지주는 2분기 399억원 적자(순손실)에서 3분기 1579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누적 실적은 여전히 저조한 모습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 상장사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52조955억원)은 1년 전보다 18.8% 감소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영업이익(79조424억원)으로도 6.8% 줄었다.

코스닥 상장사의 3분기 실적도 회복세였다. 코스닥 상장사 958곳의 3분기 매출액은 50조674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5.3%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1.4%와 3.9%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였다. 1년 전보다 1.39%포인트 높아졌다.

증권사들은 4분기에도 상장사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코스피 상장사의 4분기 영업이익은 36조원 수준이었다. 3분기와 비슷한 수치다. 변수는 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국내는 물론 미국·유럽 등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강해지고 있다. 그 강도와 기간에 따라 기업 실적이 다시 꺾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종별로 실적이 양극화되는 점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 약세, 원화 강세가 수출 기업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지난 3분기 달러당 1160~1200원을 오가던 원화값은 최근 110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2.8원 상승(환율은 하락)한 달러당 1103.8원에 마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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