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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굴기' 위기···韓 잡으려다 칭화유니 빚만 9조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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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화유니그룹의 로고. [사진 SK하이닉스 뉴스룸]

칭화유니그룹의 로고. [사진 SK하이닉스 뉴스룸]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대표하는 칭화유니그룹이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칭화유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졸업한 칭화대가 지분 51%를 보유한 사실상의 국영 기업이다. 칭화유니는 최근에는 낸드플래시뿐 아니라 D램까지 메모리 반도체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려 했다.

한국 메모리 패권 도전했지만, 2200억 회사채 못 갚아 

현지 경제매체 차이신은 지난 17일 칭화유니가 13억 위안(약 2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연장을 채권단에게 요청했으나 최종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차이신에 따르면 칭화유니의 부채는 528억 위안(약 9조원·3분기 기준). 이 가운데 60%가 1년 미만 단기 채무다. 유동성 확보에 필수적인 현금은 40억 위안(약 6750억원)만 보유한 상태다. 칭화유니는 올 상반기에도 33억 위안(약 5570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채권단 지원 없이는 회생이 어려운 상황이다.

2018년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우한에 있는 YMTC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신화통신]

2018년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우한에 있는 YMTC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신화통신]

칭화유니가 어려움에 직면한 이유는 재무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과잉투자 때문이다. 본래 칭화유니는 자회사인 양쯔메모리(YMTC·長江存儲)를 통해 낸드플래시 메모리만 생산했지만, 중국 정부의 권유로 D램까지 사업 분야를 넓혔다. 칭화유니에 앞서 D램을 양산하려 했던 푸젠진화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로 사업 계획을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후원 하에 칭화유니는 지난해 9월 "향후 10년간 8000억 위안(약 135조원)을 들여 D램 공장을 짓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중국 남서부 충칭(重慶)에 D램 공장을 착공해 2022년까지 양산하겠다는 로드맵도 밝혔지만, 부도 위기로 당분간 목표 달성은 어렵게 됐다.

"SK하이닉스에는 긍정적 시그널"  

칭화유니까지 D램 양산에 실패할 경우, 중국의 반도체 굴기 프로젝트에는 상당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경민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칭화유니그룹의 재정 위기는 SK하이닉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칭화유니의 부도 위기 소식이 알려진 직후, 마이크론·웨스턴디지털 등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각각 5% 이상 상승했다. 칭화유니는 2015년 7월만 하더라도 마이크론을 230억달러(약 25조원)에 인수하려 했다.

현재 중국에선 국영 기업의 과도한 차입 경영이 문제가 되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 한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만든 장본인 격인 한보·기아 등 한국 기업과 상당히 유사한 형태다.

중국 랴오닝성에 있는 화천자동차는10억달러(약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해 채권단이 법원에 구조조정을 신청했다. 화천자동차는 자회사인 브릴리언스를 통해 독일 BMW와 합작법인 '브릴리언스BMW'를 운영해왔다. 지난 10일에는 허난성 보유 기업인 융청석탄전자그룹이 10억위안(약 1700억원)의 단기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도산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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