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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노림수였나…신공항 '밀양 대 가덕도' 찢어진 국민의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오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민항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민항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영진 대구시장이 17일 오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81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굳은 표정으로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뉴스1

권영진 대구시장이 17일 오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81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굳은 표정으로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김해신공항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그 후폭풍이 야권으로 향하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 분열 양상을 보여서다.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둘러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신공항 입지를 두고 '밀양 대 가덕도'로 나뉘고 있다. 2016년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최대 텃밭인 TK(대구ㆍ경북) 정치권에서는 가덕도 신공항에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은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덕도는 자연 입지적으로 공항이 안 되는 것으로 결론 났다. 활주로 한 번 놓는데 10조원 이상이 든다”며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의 정치권 몇몇, 건설업자 카르텔이 부산시민을 속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시장은 이어 “영남권 발전을 위해 공항을 만들려면 밀양신공항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말했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밀양ㆍ가덕도를 놓고 대구ㆍ울산ㆍ경북ㆍ경남은 모두 밀양을 찬성했다. 부산의 일부 정치인들이 가덕도 주장을 계속하는 바람에 말도 안 되는 김해공항(확장안)으로 갔다”는 주장이다.

권 시장의 이날 발언은 전날(17일) 같은당 이철우 경북지사와 함께 냈던 공동입장문에 비해 한층 강경한 톤이다. 전날 두 단체장은 “영남권을 또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행위이며, 국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국책사업인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이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으로 뒤바뀌어 재검토한다고 하니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부산에선 “가덕도 밖에 없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 최정동 기자

박형준 동아대 교수. 최정동 기자

반면 부산에 근거지를 둔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입장은 TK와 전혀 다르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이날 라디오에서 “가덕도로 가야 하는 게 당연하다. 가덕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심산이 있었다고 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탓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TK를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큰 시각에서 보면 얼마든지 설득 가능하다”고 말했다. “밀양에 두나 가덕도에 두나 대구로부터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다. 항만과 연결된 공항이란 게 TK 경제권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논리다.

동남권 신공항 논쟁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절정에 달했다. 당시 집권 여당(새누리당)의 최대 지지기반이었던 TK와 PK가 ‘밀양이냐, 가덕도냐’를 놓고 힘싸움을 벌인 탓에 정권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당시 정부는 프랑스 용역업체인 ADPi(파리공항공단)에 타당성 검토를 의뢰, 밀양과 가덕도를 모두 배제하고 ‘김해공항 확장안(김해신공항)’을 제시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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