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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지치고 쉬어도 회복 안되고…만성피로, 중병 신호일 수도

중앙일보

입력

'피로야, 가라!'

어느 드링크제의 광고 문안처럼 피로만큼 삶의 질을 떨어뜨리면서도 흔한 증상은 없다.

피로는 특히 암이나 에이즈처럼 생명을 다투는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으므로 가볍게 다룰 수만도 없는 일.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만성 피로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신호철(가정의학)교수의 도움말로 만성 피로의 증상과 치료.예방법을 알아본다.

◇만성피로와 만성피로 증후군은 다르다

택시기사 10년째인 40대 중반의 金모씨. 최근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고 방향과 거리감각을 상실하면서 빈번하게 접촉사고를 내자 직장을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샤워만 해도 지칠 정도로 피곤이 쉽게 쌓인다는 것. 그는 결국 만성 피로 증후군으로 진단받아 현재 산재보험에 보상을 신청 중이다.

피로는 일정시간 휴식을 취하면 회복돼야 정상이다. 만성 피로는 1개월이 지나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성인 1백명 중 1~5명에 이를 정도로 흔하며 다행히도 대부분 진단을 통해 원인을 알 수 있다.

문제는 10%에 해당하는 원인불명의 만성 피로. 이러한 고질적인 만성 피로의 원인은 바이러스나 클라미디어 같은 세균 감염설이 유력(아직은 가설)하다.

감염에 의해 활성화된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사이토카인과 같은 면역물질을 만들고, 이것이 뇌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을 방해하며 만성 피로를 유발한다는 것.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런 특징이 있는 피로를 '만성피로 증후군'으로 명명, 원인을 알고 치료하기 쉬운 만성 피로와 구분했다.

◇피로, 가볍게 생각하면 위험할 수도

개설 5년째를 맞는 강북 삼성병원 만성 피로클리닉을 다녀간 사람은 1천여명.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은 당뇨나 갑상선 기능항진증.고혈압 등 소모성 질환들이다.

이 질환들에 걸리면 이들은 에너지원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용해 피로를 느낀다. 빈혈이나 수면장애, 여성에게 많은 우울증도 만성 피로의 대표적인 원인 질환들.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또 다른 그룹은 지속적인 관찰을 해야 원인을 밝힐 수 있는 특발성 환자들이다.

이 그룹에서 대장암.유방암.백혈병 등 암환자와 에이즈 감염자 3명이 발견되기도 했다. 만성 피로가 생명과 관련된 심각한 질병 증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 많은 간질환 환자들도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대표적인 질환군이다. 간은 남은 영양소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에너지 창고인데 간질환에 걸리면 에너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피로를 줄이려면

피로를 느끼면 우선 자신의 생활태도를 점검하는 것이 자가진단의 첫 단추.

니코틴은 피로 유발물질을 생산하고, 담배 한 개비는 귤 한개에 든 비타민C를 파괴한다. 과음과 스트레스, 정상 체중의 40% 이상 되는 비만도 피로의 원인이다.

생활습관을 교정한 뒤에도 피로가 남는다면 동반된 증상이 없는지 살펴 전문의를 찾도록 한다. 발열이나 기침.체중 감소.두통.근육통.소화불량 등 증상을 잘 정리했다가 담당 의사에게 전달한다.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은 피로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카페인이 함유된 차나 초콜릿.자극성 음식은 피하면서 에너지 균형을 고려한 식사를 한다.

설탕이나 가공식품과 같이 단시간에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식품보다 곡류.야채.지방.비타민 등 장시간에 걸쳐 공급되는 에너지원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피로를 이기는 식품으로는 마늘.보리.브로콜리.포도.해바라기씨 등이 권장된다. 인체 에너지 생산을 돕는 미네랄과 각종 비타민, 뇌기능 활성물질이 골고루 들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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