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파수 재할당료 4.1조 내라”…이통사 “불가능 액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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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부가 3세대 이동통신(3G)과 LTE 주파수를 다시 할당하는 대가로 이동통신 3사에 최대 4조1000억원을 요구했다. 이통사는 “불가능한 액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주파수 재할당 방안 공개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과기정통부는 내년에 이용을 종료하는 주파수(310㎒ 대역폭)에 대한 재할당 가격과 계산법을 공개했다.

3G·LTE 주파수 5년 간 사용 대가 #업계 제시 1.6조보다 많이 요구 #과기부 “5G 기지국 많을수록 감액” #이통사 “재할당료와 연동 말 안 돼”

OECD 주요국의 주파수 부담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OECD 주요국의 주파수 부담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안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가 앞으로 5년간 지금과 동일하게 3G와 LTE 주파수를 사용하려면 3조2000억~4조1000억원을 내야 한다. 당초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했던 금액(5조5000억원)보다는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가 제시한 적정 가격(1조6000억원)보다는 훨씬 많은 금액이다.

통신3사 매출액 대비 주파수 비용 부담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통신3사 매출액 대비 주파수 비용 부담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과기정통부는 이동통신사가 5세대 이동통신(5G) 기지국을 많이 지을수록 3G와 LTE 주파수의 재할당 대가를 싸게 해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2022년까지 5G 기지국이 15만 국 이상이면 3조2000억원, 12만~15만 국이면 3조4000억원이다. 5G 기지국이 9만~12만 국이면 3조7000억원, 3만~6만 국이면 4조1000억을 이동통신사가 정부에 내야 한다. 현재 이동통신 3사의 5G 기지국은 회사별로 5만 국 내외다.

주파수 재할당 대역폭.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파수 재할당 대역폭.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5G 주파수를 할당받을 때 정부가 이미 통신사별로 의무 기지국 구축 수를 정해줬다. 그게 2023년까지 4만5000국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동통신) 3사가 빠른 속도로 5만 국 내외를 구축했고 2022년 (5G) 전국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15만 국을 지어야 (3G와 LTE 주파수를) 최저가에 재할당하겠다는 정부안은 불가능한 요구”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5G 기지국 구축과 3G·LTE (주파수) 재할당을 연동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5G 가입자가 많아지면 3G와 LTE 주파수 대역의 가치가 그만큼 낮아진다”면서 “이동통신사가 5G 기지국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있게 정부가 (3G와 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낮추는 게 합당하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들은 과기정통부가 주파수 재할당 가격과 계산법을 공개하면서 공청회나 토론회가 아닌 설명회를 연 것도 불만이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그동안 수차례 업계 의견을 냈지만 과기정통부가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며 “이번에 설명회 방식을 택한 것은 공식 발표 전에 이동통신사와 만났다는 생색을 내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주파수) 재할당 대가의 산정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부담금 산정원칙(조세법률주의)에 반하거나 재량권 일탈·남용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관 전문위원은 “정부안에 (주파수) 재할당의 정책 목표나 지향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전파법 해석에 대한 이견과 법적 불확실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해 당사자 간 합의도 되지 않은 만큼 향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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