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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시인, 55년 전 고려대 사퇴서 쓴 이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사퇴이유서

사퇴이유서

‘청록파’ 조지훈(1920~1968) 시인이 고려대 교수 시절 자필로 쓴 사직서가 55년 만에 공개됐다. ‘사퇴이유서’(사진)라 제목을 붙인 글에서 조 시인은 ‘고려대에 내려진 휴업령의 철회가 본인을 제물로 요구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에, 학생들로 하여금 하루빨리 공부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도’라고 썼다.

1965년 한일협정 반대 시위 당시 #“휴업령이 나를 제물로 원한다면…”

고려대는 이 사직서가 박정희 정부 때인 1965년 9월쯤 쓰였다고 보고 있다. 당시는 한일협정 체결 반대 시위를 벌이던 고려대에 정부가 ‘무기한 휴업령’을 내린 즈음이었다. 조 시인은 ‘학생들의 저항을 부추기는 정치 교수’라는 낙인이 찍힌 상황에서 이 사직서를 늘 품에 넣고 다녔다고 한다.

이 사직서를 보관해온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은 지난 11일 조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열린 추모 좌담회에서 이를 학교에 전달했다. 홍 전 총장은 조 시인의 지도 학생 중 한 명으로, 1968년 조 시인이 타계한 뒤 그의 연구실을 정리하다 이 서류를 발견했다.

홍 전 총장은 “선생님의 사퇴이유서에는 학생들을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사퇴라고 생각하고 언제든 떠나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담겨 있다”며 “눈을 감기 전까지도 대학과 학문을 걱정하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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