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는 게맛을 안다" 서해안 꽃게 나들이

중앙일보

입력

서해안의 가을 바다는 지금 달달한 꽃게 향이 가득하다.

꽃게잡이 어선들이 집결하는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 만선의 오색 깃발을 휘날리는 어선들이 줄지어 입항하고 있다.

부두에 닿자마자 어부들의 신명나는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배 밑 어창에 있던 꽃게 박스들이 차곡차곡 배 위로 오르더니 어느새 집채만하게 쌓인다.

신진도항 부둣가 위판장에선 경매가 한창이다. 서울 등지에서 꽃게를 사러온 상인들과 주부들도 구경꾼으로 가세해 소란스럽기까지 하다.

박스를 열고 바닥에 쏟아붓자 갇혀 있던 꽃게들이 10개의 발을 움직이며 바삐 움직인다.

아직도 팔팔하다는 것을 과시하듯 부러진 집게를 치켜들며 위협적인 몸짓을 하는 놈도 있다.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위판장 앞 대로변은 바글바글 끓는 꽃게 매운탕의 달콤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따가운 가을 햇볕을 시원한 바닷바람이 감싸주던 지난 10일 오후 3시쯤 신진도항과 그 주변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이곳으로 꽃게 나들이를 온 두 여인, 유윤명(32.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양시내(26.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수시로 "달다"를 외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유씨는 요리책을 기획하고 글을 쓰는 푸드 라이터, 양씨는 음식 사진을 좀더 맛있게 보이도록 작업하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다.

함께 작업하면서 친해진 두 사람은 요즘 '제철에 나는 우리 재료로 만든 요리책'을 구상 중이다. 이번에 꽃게가 대풍이라는 소식을 듣고 꽃게 산지의 참맛을 알아보러 왔다고 한다.

이날 들어온 꽃게의 위판 가격은 ㎏당 8천~1만원선, 산지 소매 가격은 1만2천~1만5천원선으로 보름 전보다 2천원 가량 오른 값이다.

서산수협 박흥렬(47)지도과장은 "지난 6월 산란한 꽃게들이 성장기에 들어가 꽃게의 품질이 갈수록 좋아지기 때문"이라며 "완전히 자라 살이 꽉 차는 11월에 접어들면 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서산수협의 하루 위판량은 2~3t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0.5~1t, 위판 가격은 1만5천~2만원선)에 비해 크게 올랐다. 어획량만큼 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어부 인건비 등 비용이 워낙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옆에서 설명을 듣고 있던 유씨가 "꽃게의 참맛은 살아 있는 것을 아무 양념없이 하얗게 쪄 먹는 데 있다. 담백하다고 하기엔 너무 달콤하다"며 군침을 삼켰다. 양씨도 "탱탱한 하얀 꽃게 살이 껍질 속에서 쏙 빠져나올 때면 묘한 희열을 느낀다"고 맞장구 쳤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들은 게살 향이 풍기는 '우미회관(041-675-1205)으로 자리를 옮겼다.

등딱지 색깔이 빨갛게 변해 달콤한 김이 모락모락나는 꽃게 네 마리가 식탁에 오른다. 두 사람은 손가락을 쪽쪽 빨아가며 살을 발라 먹느라 정신이 없다.

값은 3만원. 1주일 전에 비해 5천원이 올랐다고 한다. 매운탕은 3만~5만원인데 사람 수가 5~6명이면 5만원짜리가 무난하다.

"꽃게는 일반적으로 암게를 최고로 치지만 9월 초에서 10월 중순까지는 살이 많은 수게가 더 맛있습니다. 10월 말부터는 암게도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내장도 들기 시작해 다시 암게의 인기가 높아지지요." 식당 여주인 간광옥(44)씨의 말이다.

식당 창 너머에는 잘 익은 꽃게 등딱지처럼 빨간 태양이 넓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가을바다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 여행쪽지

태안 신진도항… 서울서 차로 2시간 반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서산 인터체인지로 나와 태안~안흥을 거쳐 연륙교를 건너면 곧바로 신진도항에 도착한다. 차가 막히지 않으면 서울에서 2시간 30분 거리.

예전에 국도를 따라 구불구불 돌면 여섯시간 이상 걸리던 길이다. 갯벌이 살아 있고 청정 해역의 자연 먹거리가 가득한 태안반도와 안면도는 오가는 길에 들러볼 만하다.

갯벌에서 아이들과 조개를 캐고, 소나무 숲 그늘에서 잠시 쉴 수도 있다. 천리포.만리포.연포.몽산포 등 철 지난 해수욕장의 드넓은 백사장도 반갑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