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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정석' 꺼낸 윤석열 "어려운 문제 풀며 능력 키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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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회적 약자 보호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을 격려하는 오찬 행사를 가졌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우월한 지위를 부당하게 남용한 범죄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월한 지위 부당한 남용, 적극 대응해야”…형사부 격려

또 윤 총장은 『수학의 정석』을 언급하며 “기본 문제보다 실력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후배들에게 어려운 사건을 맡겨서 능력이 발전될 수 있도록 잘 지도해줄 것을 주문했다고도 한다.

윤석열, 형사부 등 일선 검사 6명과 오찬 행사

1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윤 총장은 이날 낮 12시부터 1시간30분가량 6명의 일선 검사들과 함께 대검찰청 구내식당에서 오찬을 했다. 오찬 행사에 참여한 검사들은 입주민의 ‘갑(甲)질’ 폭행 관련 경비원 사건, 채용 과정에서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사건 및 임금체불 사건 등을 수사한 부장검사 및 평검사 등이다. 지난 6월 입주민에게 억울한 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비원 관련 사건을 수사해서 해당 입주민을 재판에 넘긴 서울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 등이 대상이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우월한 지위를 부당하게 남용한 범죄에 적극 대응해 을(乙)의 지위에 있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함으로써 공정하게 형사법을 집행하는 것이 검찰에 맡겨진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갑질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가 법적 지원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점을 고려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피해자 지원이 되도록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윤 총장은 특히 형사부 업무에 대해 “한 건 한 건 처리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고 강조하며 후배 검사들을 잘 지도해 달라고 주문했다. 윤 총장은 교재 『수학의 정석』을 언급하며 “후배들에게 너무 간단한 사건만 시키려고 하지 말고 어려운 사건도 맡겨서 사건의 해결 능력을 키우게 하라”며 “수학의 정석도 ‘기본’ 문제가 아닌 ‘실력’ 문제부터 풀어야 실력이 늘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대검찰청은 이번 간담회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애쓴 일선 검사들과 오찬 간담회를 계속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2차례 더 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검찰 내부 구성원들에 메시지 전달

윤 총장은 최근 신임 부장·차장검사 대상 강연과 지방검찰청 순회 등을 통해 검찰 구성원들에게 격려 등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윤 총장은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 개혁은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11월3일 부장검사 강연)이라거나 “검찰 개혁의 방향은 ‘공정한 검찰’과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11월9일 차장검사 강연)는 등 발언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혀왔다.

윤 총장은 이 밖에도 대전 고검·지검 방문을 시작으로 지방검찰청 방문 일정을 계속할 전망이다. 대전 고검·지검 방문 당시 윤 총장은 간담회에서 “공정한 경쟁의 원리를 이해하시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는 것이 검찰 변화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대검 유튜브 채널인 ‘대검찰청 검찰방송’에서는 윤 총장의 지방검찰청 방문 영상을 편집해 공개했다.

윤 총장의 이같은 메시지 전달은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이후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윤 총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등 여러 작심 발언을 내놓았다.

秋 전방위 압박…일각선 “속내 담긴 듯” 추측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최근 윤 총장을 향해 “사퇴하고 정치를 하라”는 등 비난을 계속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 검찰 인사와 수사지휘권·감찰권 행사에 이어 최근에는 특수활동비 등 예산을 문제 삼으며 윤 총장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검사장을 거론하며 이른바 ‘비밀번호 자백법’ 추진을 지시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에서 윤 총장이 검찰 내부 구성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소신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일부 나온다. 검찰 내부 결속을 다지는 점에 더해 우회적으로는 추 장관의 지시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이 신임 부장검사 강연에서 ‘검찰 제도는 프랑스혁명 이후 공화국 검찰에서 시작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현직 시절 총장의 신임 강연에서 이런 정도의 내용이 나왔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앞으로도 총장 속내가 담긴 발언이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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