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임대차2법 파장, 고액 월세 평균 25만원 뛰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한 달에 수백만원씩 월세를 내고 고급 아파트에 사는 ‘부자 세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월세의 빈익빈 부익부도 진행 중이다. 고가 월세와 나머지 일반 월세와의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지면서다.

부동산 규제로 월세도 양극화 #1~7월 서울 고액 월세 215만원서 #8월 법 시행 이후 240만원대 올라 #나머지 90% 월세는 6.2%P 하락 #고액 월세와 차이 3.4배→4.1배

16일 직방이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해 보니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월세 중 가격이 높은 고가 월세(상위 10%)의 평균 가격은 238만1000원이었다. 나머지 90%의 평균 월세(61만2000원)보다 4배 가까이 비쌌다. 보증금을 뺀 월세만 따진 수치다.

임대차2법 시행 후 확 오른 고가 월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임대차2법 시행 후 확 오른 고가 월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눈에 띄는 점은 지난 7월 31일 ‘임대차2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된 뒤 고가 월세가 급등했다는 것이다. 지난 1~7월 고가 월세 평균은 215만3000원이었다. 임대차2법 시행 후 지난 8~11월에는 240만3000원으로 11.6%나 올랐다. 같은 기간 나머지 90%의 월세는 62만2000원에서 58만3000원으로 오히려 6.2% 떨어졌다.

그 결과 월세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2011년 월세 실거래가가 공개된 이후 고가 월세와 일반 월세의 간극이 가장 커졌다. 1~7월 고가 월세와 나머지 90% 월세 차이는 3.4배였지만, 8~11월은 4.1배가 됐다.

월세 상위 10% 아파트가 많은 지역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였다. 올해 고가 월세 아파트의 63.2%가 강남 3구에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비싼 월세를 감수하더라도 자녀 교육이 용이한 곳을 찾겠다는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도심으로의 출퇴근이 편리해 신혼부부 등의 수요가 많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의 비중도 19.7%로 높다.

고가 월세의 급증은 임대차2법 영향이 크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서 기존 전세물건이 시장에 나오지 않자 전세물건이 귀해져 전셋값이 올랐고, 이것이 다시 월세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의 전세지수가 0.8포인트 오를 때 월세지수는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지난 7~10월 전세지수가 1.2포인트 상승하자 월세지수도 0.3포인트 동반 상승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지면서 당장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 등으로 인해 세입자와의 갈등을 빚을 수 있는 만큼 오히려 월세로 돌아서는 것이다.

고가 월세를 사는 세입자들이 대부분 자금 여유가 있는 자산가인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이들에게는 강도 높은 주택 규제가 부담이다. 익명을 요구한 고가 월세(260만원) 세입자는 “집을 살까도 생각했지만, 앞으로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세금 부담이 더 커질 것 같아서 접었다”며 “괜히 고가 아파트 보유하고 있어 봐야 국세청에서 ‘요주의 인물’이 될 것 같아 그 자금을 다른 데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승현 이앤안 세무회계법인 대표는 “다주택자 등 자산가에 대한 징벌적 세금 등으로 부동산 보유를 부담스러워하는 자산가가 늘었다”고 말했다.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의 월세 강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직주근접, 생활 편의, 자녀 교육 등의 확실한 목적을 가진 수요층은 임대인이 원하는 가격을 맞춰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성헌 직방 매니저는 “고액의 월세를 내고 살만한 고급 아파트가 많지 않은 데다,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도 세입자 대부분이 이를 감당할 능력이 되기 때문에 월세 인상에 대한 민감도가 덜 하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