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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환자중심 '암치료 메카'로 안착

중앙일보

입력

암은 우리 국민 최대의 사망원인이다. 지난해에만 5만9천여명이 암으로 숨졌다.

한국인 4명 중 1명은 궁극적으로 암에 걸려 죽는다.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원장 박재갑)는 늘어나는 암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

1992년 12월 공사를 시작해 2000년 10월 첫 환자를 보기까지 2천5백여억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국내 최초로 도입된 센터 개념의 암 치료 방식,'드림팀'으로 불리는 정예 의료진의 환자중심 진료, 암 예방 가이드 라인의 제정, 흡연자 채용 금지와 전 직원의 영어 및 컴퓨터 시험, 고 이주일씨와 박정구 금호회장 등의 치료 같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암 치료와 연구의 선봉장을 자임하는 국립암센터의 '튀는'환자 중심 병원 혁신의 현장을 찾아가 봤다.

◇진료과목이 없는 환자 중심 센터

국립암센터엔 내과.외과 등 진료과목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없다. 위암 등 일곱가지 암 종류별 센터만 두는 혁신을 단행했다.

폐암 센터를 보자. 항암치료 담당 이진수 박사(내과), 방사선 치료 담당 조관호 박사(방사선종양학과), 수술 담당 조재일 박사(흉부외과)등 12명의 의료진이 팀을 이루고 있다.

환자가 진료과목을 찾아 이러저리 다니는 것이 아니라 의사 그룹이 환자를 찾아와 진료하는 원스톱 토털 서비스의 개념이다. 회진을 같이 도는 것은 물론 격주마다 센터별로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설명회도 갖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 직장암 수술을 위해 입원한 이모(59)씨는 "수술.항암제.방사선치료 등 암과 관련된 궁금증들을 한꺼번에 손쉽게 해결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나무보다 숲을 볼 수 있는 것도 센터 개념의 치료가 지닌 장점이다. 수술이 좋을지 항암제가 좋을지 진료과목간 주도권을 다투기보다 환자의 입장에서 어떤 치료법이 최선인지 협의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료인력의 '품질' 최우선, 달라진 의료 관행

선배가 후배보다 대접받는 의료계 전통도 무시된다. 해외에서 영입한 이진수 박사와 조관호 박사는 원장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다.

회진 때 선배가 항상 앞에 서는 관행도 깼다. 대장암 센터의 회진에서 항암제 등 내과 부분은 후배 의사가 주재하며 수술 담당인 박재갑 원장은 뒤에 따라다닌다.

또한 인력의 품질 유지를 위해 유력인사들의 인사 청탁을 모조리 거절해버리는 원칙을 '욕을 먹어가며'관철시키고 있다. 간호사 등 직원들도 채용 전 영어 및 컴퓨터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의사들은 매월 영어로 집담회를 연다. 간호사도 질병별로 전문화시켰다.

◇정예 의료진과 시설

세계 최고의 암센터로 평가받는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병원장으로 부임한 이진수 박사. 이건희 삼성회장의 주치의이자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던 고 이주일씨를 1년 이상 생존시킨 폐암 종양학의 대가다.

치료방사선학의 조관호 박사, 간암치료의 김창민 박사(연구소장), 유방암 항암치료의 노정실 박사, 뇌종양 수술의 이승훈 박사, 자궁경부암 수술의 박상윤 박사 등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10초면 전신의 촬영이 끝나는 나선형 CT 등 첨단장비도 갖추고 있다. 내년 초 벨기에에서 수입해 2005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본격 가동될 양성자(陽性子) 가속치료기가 주목된다. 도입비용이 4백80억원에 달한다. 인체의 정상 조직은 파괴하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어 두경부 종양, 안구 종양, 전립선암, 유방암 치료에 활용될 전망이다.

◇연구 중심 진료

진료비 면에서도 저렴한 편이다. 대학병원이 아니므로 15년 이상의 임상경력이 아니면 특진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간 병상 당 수입도 1억5천만원 수준으로 2억5천만원에 달하는 대형 병원보다 낮아 환자 입장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일단 다른 병원에서 치료가 진행 중인 환자는 받아주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신기술에 대한 임상시험 참여에 동의하는 등 연구 목적에 부합하는 환자들에게 우선 입원의 기회가 주어진다. 들쭉날쭉한 암 치료 지침과 검진 가이드라인을 우리 실정에 맞게 통일(표 참조)하는 등 연구에 치중한다.

◇앞으로의 과제

MD앤더슨이나 슬론케터링 암센터처럼 유명 인사들이 찾는 세계적인 암 전문병원을 지향하느냐,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처럼 연구 목적 기관으로 가느냐에 대한 명확한 위상 정립이 요청된다. 현재로선 진료와 연구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고충이 따른다.

드림팀이라 불리는 수뇌부에 비해 연구의 실무를 담당할 허리가 취약하고 대학이 아니라 석.박사 과정의 우수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립암센터 심벌 만병초는…]

진달래과에 속하는 상록활엽수 관목.

생명력이 강인해 영하 40도의 추위에서도 푸른 잎을 떨어뜨리지 않아 2000년 7월 공모를 통해 국립암센터의 심벌로 선정했다.

춥고 바람이 많은 해발 1천m 이상의 고산지대(태백산.울릉도.한라산.지리산 등)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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