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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무료 숙소에 장학금…장연초, 분교 위기서 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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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충북 괴산 장연면 주민들이 지난 8월 장연초등 학교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전입생 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괴산군]

충북 괴산 장연면 주민들이 지난 8월 장연초등 학교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전입생 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괴산군]

“재학생이 20명을 넘지 못하면 분교(分校)로 격하될 수밖에 없답니다.”

빈집 내놓고 전학생에 100만원 #재학생 10명서 21명으로 늘어

황광복(47) 충북 괴산 장연초등학교 총동문회장은 지난 4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내년 4월1일까지 장연초 학생이 20명을 넘지 못하면 인근 초교와 통합돼 분교가 된다는 말이었다. 분교 개편은 폐교를 위한 수순으로 인식됐다. 교장과 교감이 없어지고, 교사도 4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어 학생 수가 더 감소할 가능성이 커서다.

1936년 문을 연 장연초는 한때 재학생이 600~700명에 달했지만 2000년대 이후 급격히 쇠락했다. 2016년 학생 수가 19명으로 줄면서 20명 선을 하회하더니 올해는 10명에 그쳤다. 다급해진 주민들은 지난 8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학생 유치에 나섰다.

대책위는 학생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내놨다. 전학생에게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이주 가족이 머무를 수 있는 황토방 펜션 2동을 무료로 빌려주기로 했다. 최복만(66) 장연초 살리기 대책위원장은 “마을발전사업으로 지은 펜션의 연 1500만원대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주 가족들에게 1년여간 무료 제공되는 빈집 5채도 마련됐다. 대책위 위원들은 한 가구당 100여만원을 들여 장판을 새로 깔고, 보일러도 수리했다. 괴산군민장학회는 입학 축하금 30만원과 전·입학 장려금 100만원을 주기로 했고, 장연초 동문회도 교실 리모델링 비용 500만원과 장학금을 준비했다. 장연면 관계자는 “귀농·귀촌인들을 위해 내년 말까지 장연면에 짓는 ‘행복나눔둥지’ 주택 10호도 장연초로 전학 오는 가족을 위해 우선 공급할 방침”이라며 “학교 인근에 300㎡ 규모의 공부방도 새로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똘똘 뭉쳐 학생 유치에 나서자 기대 이상의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달 중순 괴산읍과 인천, 경기 오산 등에서 6명의 학생이 전학 온 데 이어 이달 하순에도 5명이 추가로 전학하기로 했다. 전학이 완료되면 학생 수는 21명으로 늘어나 마지노선을 넘게 된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초에는 30명을 넘을 수도 있다는 게 주민들의 기대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말 전입 학생들을 초청해 김치 담그기 체험 등을 했는데 다들 자연을 벗 삼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에 만족해했다”며 “다음 달엔 결실을 기념하는 작은 파티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초등학교 6087곳 중 6.8%(419곳)가 학생 수 30인 이하인 소규모 학교다. 전북이 82곳으로 가장 많고, 경북 77곳, 경남 69곳, 전남 57곳 등이다. 이 중 187곳이 분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괴산=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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