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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업그레이드] 4·끝 고혈압 뛰어넘기

중앙일보

입력

두통이 심하고 다리가 저린 증상으로 지난달 부모와 함께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초등학생 신모(8.경기도 성남)양은 고혈압 환자로 판정됐다.

신장 정맥이 좁아져 혈압이 높아진 것.

주부 박모(47세.서울 방이동)씨는 뒷머리가 계속 당기고 어지러워 지난주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박씨는 대입 수험생인 아들 뒷바라지로 인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결과 혈압이 올라간 것으로 추정됐다.

연세대 의대 서일(예방의학)교수는 "고혈압 환자하면 뚱뚱한 중.노년 남성을 흔히 떠올리지만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어린이 비만 인구가 증가하면서 어린이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가 고3이 됐을 때까지 12년간 혈압의 변화를 추적 조사한 결과, 어릴 때 혈압이 상대적으로 높으면 자라서도 혈압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어린이 고혈압

미국 통계에 따르면 어린이 1백명 중 한두명 정도가 고혈압 환자다. 국내 통계는 없지만 어린이 10명 중 한두명이 심각한 비만 상태여서 어린이 고혈압이 증가할 것으로 짐작된다.

성인 고혈압 환자 90%는 원인을 모르는 1차성 고혈압 환자다. 그러나 어린이는 고혈압의 발병원인(신장.혈관.내분비계.중추신경계 질환.스테로이드 등 약물복용)이 분명히 있는 2차성 고혈압 환자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사춘기를 넘긴 비만 청소년은 성인들처럼 1차성 고혈압에 흔히 걸린다.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김인재 교수는 "어린이 고혈압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병.신장질환.당뇨병.뇌졸중 등 합병증이 올 수 있다"며 "반드시 원인 질환을 밝혀내 혈압을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3세 이상 어린이의 혈압을 매년 한번씩 측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진동규 교수는 "고혈압이 있는 비만아는 체중을 줄이고 신선한 야채.과일을 많이 섭취하며 소금이 많은 식사를 피해야 한다"며 "가벼운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할 것"을 당부했다.

춘천성심병원 소아과 이홍진 교수는 "출생 후 보통 6세까지는 평균 혈압이 95/60 정도이나 그 후 조금씩 올라 사춘기가 끝날 즈음엔 130/75 쯤 된다"고 설명했다.

◇여성 고혈압

여성의 고혈압 유병률은 폐경 이전엔 남성보다 낮다.그러나 폐경 이후엔 남성과 차이가 없어진다. 폐경이 여성의 내분비계 질서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체중 증가.체내 지방 조성의 변화.운동량 감소.스트레스 심화 등 다양한 혈압 상승요인이 영향을 준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강석민 교수는 "폐경 후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여성호르몬을 복용하고 있거나 피임약을 먹고 있는 여성은 복용 시작 후 고혈압이 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35세 이상으로 피임약을 장기 복용 중인 비만 여성은 피임약을 먹지 않는 여성에 비해 고혈압 발생 위험이 두세배에 달한다.

젊은 여성이 고혈압이라면 2차성 고혈압이기 쉽다. 이 경우 염증성 혈관질환, 호르몬 분비의 이상, 신장에 혈류를 공급해주는 동맥 이상 등이 의심된다.

강동성심병원 순환기내과 두영철 교수는 "임신 중인 여성 고혈압 환자는 앤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앤지오텐신 II 수용체 길항제 같은 고혈압약을 먹어선 안된다"며 "복용하면 신부전증.기형.태아의 성장 지연 등 위험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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